2명 퇴장에도 ‘닥공’하다 무너진 토트넘

이영빈 기자 2023. 11. 8. 04: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첼시에 1대4… 11경기 만에 첫 패배
그런 날이 있어 - 6일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첼시전에서 전반 13분 골망을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노골로 선언되자 낙담한 듯 얼굴을 감싼 채 주저앉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안지 볼(ange ball)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7일 첼시와 홈 경기에서 1대4로 완패한 뒤 영국 BBC가 내린 전망이다. ‘안지 볼’은 안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감독이 펼치는 축구를 뜻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강렬한 공격 축구와 함께 이날 패배 전까지 10경기 무패(8승2무)를 달렸다. 그러나 이날 한계를 노출했다. 위기를 맞았는데 ‘닥공(닥치고 공격)’을 고집하다가 무너졌다.

초반엔 분위기가 좋았다. 전반 6분 데얀 클루세브스키(23)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3분엔 주장 손흥민(31)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패스를 넘겨받아 골문 앞 논스톱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 끝에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이 취소됐다. 이게 변곡점이었을까. 토트넘은 전반 33분 중앙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25)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거친 태클을 가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역시 VAR을 통해 내려진 결정. 더구나 퇴장 조치까지 뒤따랐다. 첼시 콜 파머(21)가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1명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동점. 보통 이러면 수비 위주로 경기를 전환하고 역습을 노리는데 포스테코글루는 반대였다.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수비가 불안해지고 선수들이 지쳐갔다. 또 다른 중앙 수비수 미키 판 더 펜(22)은 전반 추가 시간 뛰다가 주저앉으며 뒤 허벅지(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후반 10분엔 왼쪽 측면 수비수 데스티니 우도기(21)가 첼시 래힘 스털링(29)의 돌파를 막으려다 반칙을 범했다. 우도기는 전반에도 스털링을 저지하다 양발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 경고 누적으로 또 퇴장. 이젠 9명으로 11명에 맞서야 했다. 이런 위기에도 포스테코글루는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결국 후반 30분 스털링이 뒤 공간을 다시 한번 뚫어내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니콜라 잭슨(22)이 수비 방해 없이 역전골을 넣었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 시간 같은 패턴으로 잭슨에게 2골을 더 허용했다. 결국 이번 시즌 최악인 1대4 대패를 감수해야 했다.

BBC는 “토트넘에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며 “핵심 선수 둘이 레드카드와 부상으로 다음 경기에 못 나오게 됐다”고 했다. 토트넘 무패 행진엔 중앙 수비수 로메로와 판 더 펜 역할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패배와 더불어 로메로가 레드카드로 3경기 출전 정지, 판 더 펜 역시 부상으로 2~3경기는 못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 핵심 수비수 둘을 대체할 자원이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전부터 토트넘 주전들은 강하지만 후보들이 신통치 않아 주전 공백이 생기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날 뼈아픈 패배와 함께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BBC가 “감독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언급한 이유다.

포스테코글루는 그럼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수적 열세에도 공격에 임한 건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동점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 선수들 정신력은 강했다. 9명이 아니라 5명이 되더라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 출신 해설가 제이미 캐러거(45)는 “훌륭했다. 전에는 이런 걸 실제로 본 적이 없다”며 “정말 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해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홈 팬들은 이날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며 분투를 독려했다. 주장 손흥민은 “결과만 보면 대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자랑스럽다.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 첼시 감독은 과거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1). 2015년 손흥민을 독일 레버쿠젠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손흥민은 포체티노와 반갑게 악수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토트넘은 오는 11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각) 울버햄프턴과 원정 경기를 갖는다. 한국 대표팀 황희찬(27)이 뛰는 팀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