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빈자리 채운 종이쇼핑백, 다시 써야 진짜 친환경
종이쇼핑백 폐기량 플라스틱과 비슷하지만
비닐코팅 쇼핑백은 재활용 기피대상
재사용·재활용 늘리는 게 해법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난 주말 집에 쌓여 있는 종이쇼핑백을 정리했습니다. 대부분은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깜빡해서 받아온 것들입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비닐봉투를 사는 것보다는 종이가방을 쓰는 게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였거든요.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요.
하지만 쇼핑백을 재사용하는 속도보다 새롭게 쌓이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때때로 형형색색의 종이쇼핑백이 딸려 왔거든요. 집에 소리소문 없이 종이가방이 쌓이는 미스터리는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는 처치 곤란의 쇼핑백을 정리하는 법이나 재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계속 올라오거든요.
이런 ‘정리 꿀팁’으로도 종이가방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 수많은 쇼핑백이 버려지고 있는데요. 문득 의문이 듭니다. 종이쇼핑백은 정말 환경을 위해 나은 선택일까요.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서 빠진 일회용 종이가방
우리가 종이쇼핑백을 자주 사용하게 된 배경에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있습니다. 음식점이나 카페, 슈퍼에서 종이컵이나 수저, 빨대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건데요.
규제 대상엔 일회용 비닐봉투도 들어 있어요. 반면 종이봉투나 쇼핑백은 규제 대상이 아니죠. 각 매장에서 무료로 나눠줘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는 시민들이 많아지다 보니 종이가방을 먼저 찾는 경우도 늘었죠.
그래서인지 우리가 배출하는 쇼핑백 폐기물의 양은 만만치 않습니다. 2021~2022년 폐기물 현황을 조사한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일 일회용 종이쇼핑백이나 봉투를 재활용 수거통에 분리배출하는 양은 3.48g입니다. 대표적인 플라스틱 폐기물인 스티로폼의 배출량(3.73g)과 비슷하죠. 일회용 종이가방이 종량제봉투에 혼합돼 배출되는 양은 더 많습니다. 1인당 하루 평균 14.81g으로 조사됐어요. 이는 배달용기 등 폐플라스틱용기의 혼합배출량(14.51g)과 맞먹습니다.
플라스틱과 비슷한 양이 버려진다 해도 왠지 종이쇼핑백은 재활용이 더 잘될 것 같은 느낌인데요.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2021년 환경통계연감에 따르면 종이류 재활용률은 47.7%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종이가방 외에도 종이팩, 상자 등 여러 종류를 합한 결과입니다.
종이가방 중에서도 100% 종이인 것은 재활용이 용이한 편입니다. 쇼핑백의 바닥부터 손잡이까지 모두 종이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재질이 같은 것끼리 모아야 재활용이 잘 된다는 원칙은 종이에도 적용되거든요.
그런데 쇼핑백을 잘 살펴보면 완전히 종이로만 된 건 생각보다 드물어요. 손잡이 부분이 플라스틱이거나, 방수를 위해 비닐 코팅이 돼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종이로 분리배출하기 전 손잡이를 잘라내면 되지만 코팅종이는 조금 난감합니다. 손으로 일일이 비닐을 벗겨내긴 어려우니까요.
코팅종이도 물리적으로 재활용은 가능합니다. 약품을 이용해 해리 과정을 거치면 코팅이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이후 남은 펄프만 모아 박스는 물론 화장지 등으로도 제조할 수 있어요. 다만 이 경우 해리 후 비닐 잔재물이 남아 골칫덩이가 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양면 코팅이 된 쇼핑백은 1회용품 사용규제에 포함됩니다. 재활용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단면 코팅이 된 쇼핑백은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용이해 규제 대상이 아닙니다. 단, 겉면에 표면 처리 방식과 제조사 등을 표기한다는 조건이죠.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업체들이 코팅 쇼핑백을 재활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남기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제지업체들의 경우 제품의 품질을 낮춘다는 이유로 코팅 쇼핑백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A제지 관계자는 “코팅종이는 같은 종류끼리 모아야 해서 일이 늘어나는 데다 미세플라스틱 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있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코팅종이도 종이 분리수거함에 버려야 하는데요. 이로 인해 일반 종이와 코팅종이가 섞이면서 둘 다 재활용에 혼란이 생겼다네요.
종이가방 4번 다시 써야 일회용 비닐보다 탄소배출량 적다
사실 종이쇼핑백을 많이 쓰면 비닐봉투만큼이나 지구에 악영향일 수 있습니다. 나무를 펄프로 가공하는 과정에 상당한 에너지가 드는 데다, 나무를 자르면 탄소흡수원이 줄어드는 거니까요. 2011년 영국 환경청은 다양한 장바구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했는데요. 일회용 비닐봉투의 탄소배출량이 1.58㎏CO₂e인데 종이가방은 5.52kgCO₂e였습니다. 미세플라스틱 등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라 한계는 있지만 종이봉투의 영향이 만만치 않은 셈이죠.
종이가방을 버리지 않고 계속 쓰면 반전이 생깁니다. 연구진은 종이가방 4번 재사용 시 탄소배출량은 1.38kgCO₂e로 줄어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재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환경 영향은 더 줄어들겠죠.
결국 새 쇼핑백은 최대한 덜 쓰고, 이미 생긴 건 재사용·재활용하는 게 해법입니다. 다 쓰기 어렵다면 종이쇼핑백을 받는 일부 중고매장에 기부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난 6월 광주의 ‘화기애애 화정마을 기후수호단’이라는 시민단체는 인근 시장에 쇼핑백 1,004장을 전달했는데요. 주민들이 집에서 쇼핑백을 가져오면 종량제봉투로 바꿔주면서 수거를 했다고 하네요.
최근엔 백화점들이 직접 재활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부터 박스와 종이가방 등을 재활용한 쇼핑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년간 재활용 쇼핑백 800만 장(758톤)을 사용해 나무 2만여 그루를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종이가방을 쓰면서도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이런 노력이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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