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딩 몰라도...말만 하면 '나만의 챗GPT' 뚝딱 만들어 팔 수 있다

이서희 2023. 11.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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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오픈AI 주최 개발자 콘퍼런스
말로 명령해 AI 챗봇 만드는 'GPTs' 공개
책 한권 통째로 알아듣는 'GPT-4 터보'도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오픈AI의 첫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린 가운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누구나 자신만의 AI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는 GPTs 등을 발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셋, 둘, 하나!"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청 주변의 이벤트홀 'SVN 웨스트'. 무대 위 대형 화면이 오전 10시 정각을 가리키자 개발자 900여 명이 들어찬 관객석에서 거대한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정확히 1년 전 챗GPT를 선보이며 지구촌에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였다.

'데브 데이(Dev Day·개발자의 날)'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 한국일보도 초청받아 현장을 둘러봤다. 오픈AI가 2015년 설립 이후 처음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로,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회사의 최신 제품과 전략 등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SVN 웨스트에서 열린 오픈AI 첫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가득 찬 객석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올트먼 CEO는 짙은 회색 니트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하고 연단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젊은 시절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행사 막바지에 "하지만 이것들(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중요한 것(Main thing)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역시 잡스가 가장 중요한 신제품을 소개하기 직전 외쳤던 "One more thing"(한 가지가 더 있다)라는 말을 연상케 했다.

올트먼 CEO는 "우리는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더 개인화되고, 당신을 대신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AI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오늘 그러한 미래를 향한 첫 번째 작은 걸음을 내디딘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했다. 이용자 맞춤형 챗GPT 개발을 돕는 AI 도구 'GPTs'였다. 커다란 박수 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의 초기 아이폰 출시 행사를 떠올리게 한 장면"이라고 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콘퍼런스 행사장. 전면의 벽면에 행사 이름인 '데브 데이'가 영어로 크게 쓰여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챗봇 거래하는 GPT 장터 선점으로 'AI판 애플' 넘본다

오픈AI가 선보인 야심작 'GPTs'는 챗GPT 등장 1년 만에 누구나 '나만의 챗GPT'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말을 거는 것만으로 (자신만의) AI 챗봇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올트먼 CEO는 말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AI 챗봇을 사고팔 수 있는 'GPT 스토어'를 열겠다고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거래할 수 있는 앱스토어처럼 AI 챗봇 버전의 장터가 생기는 것이다.

GPTs를 쓰면 코딩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도 원하는 기능의 챗GPT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오픈AI의 설명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데브 데이 도우미'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한 뒤 콘퍼런스 장소, 시간 등 정보를 입력하면, GPTs는 수십 초 만에 데브 데이 관련 질문에 답하는 AI 챗봇을 만든다. 오픈AI는 "GPTs를 이용하면 보드게임 규칙을 알려 주고,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스티커를 디자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챗봇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든 AI 챗봇은 이달 말 운영을 시작하는 GPT 스토어에서 거래할 수 있다. 원하는 챗봇을 만들어 혼자 소유하거나 특정인들끼리 이용하는 것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 공유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오픈AI는 거래의 판을 깔아주는 대가로 챗봇의 판매 수익을 제작자와 나눌 예정이다. 애플과 구글이 앱장터에서 판매된 앱 수익의 약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매기는 것처럼 오픈AI에 큰 고정 수익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장터 선점을 통해 'AI판의 애플과 구글'이 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GPTs로 만든 유해한 챗봇이 스토어를 통해 유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오픈AI는 "장터 등록 전 모든 챗봇을 전문 인력들이 검열하기 때문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SVN 웨스트에서 열린 오픈AI 첫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샘 올트먼(오른쪽)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가 전 세계 취재진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AI는 더 진화... 책 통째로 알아듣는 'GPT-4 터보'

오픈AI는 최신형 AI 모델 'GPT-4 터보'도 공개했다. 지난 3월 미국 변호사시험 상위 10% 성적을 낸 GPT-4를 공개한 데 이어 약 8개월 만에 더 진화한 버전을 내놨다.

올트먼 CEO는 "우리도 GPT-4의 지식이 2021년 9월에서 멈춰있다는 데 짜증이 났다"며 GPT-4 터보는 올해 4월까지의 정보를 학습했다고 전했다. 더 정확한 답변이 가능해진 것이다. 명령어도 훨씬 길게 입력할 수 있다. 이전 버전에선 약 3,000개 단어로 제한됐지만, GPT-4 터보는 최대 300페이지까지 입력할 수 있다. 그 덕에 책을 통째로 입력하고 요약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성능을 올렸지만 이용료는 30% 수준으로 대폭 깎겠다고 오픈AI는 밝혔다. 더 많은 개발자를 오픈AI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생성 AI 시장 1위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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