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치료제 발전… 암 종류보다 유전자 변이가 핵심”

홍은심 기자 2023. 11.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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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치료 열쇠 ‘암종 불문 항암제’
소아암 한참 진행 중에도 발견 어려워… 아이 열나고 체중 줄어든다면 병원 찾아야
‘암종 불문 항암제’ 등으로 생존율 증가
암세포 만드는 ‘NTRK 유전자’ 표적 치료… 탈모-구토 등 부작용도 거의 없는 편
최정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에게 암이 생기면 절망하는 부모를 본다”라며 “조금 다행인 것은 소아암의 완치율은 성인보다 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이 할 일은 아이를 잘 완치시켜서 사회에 복귀시키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소아암은 소아에게 생기는 악성종양으로 매년 1000∼1200여 명이 새로 암을 진단받는다. 소아암은 크게 백혈병, 림프종, 고형암으로 나눌 수 있다.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정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소아암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암은 생활 습관으로 인해 50세 이상 성인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는데 소아암은 왜 생기나.

“성인에게 발생하는 암의 원인이라고 하면 환경적 요인을 생각하는데 소아에게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암이 생기는 위치도 성인과 다르고 종양의 유형과 예후도 다르다. 지금까지 정확히 알려진 발생 원인은 없다. 하지만 소아암 완치율은 몇십 년에 걸쳐서 상당히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1990년대에는 50∼60% 정도밖에 안 되던 생존율이 최근 들어서는 85% 이상 된다. 많은 아이가 소아암에 걸리더라도 살아가고 있다.”

―소아에 쓰는 치료제가 성인과 다른가.

“치료 약제가 다를 수 있다. 소아암이나 성인 암 모두 기본적으로 수술,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등 세 가지를 병용해서 쓴다. 성인과 차이점이 있다면 소아는 조금 더 고강도 치료를 한다. 성인보다 아이들이 급성 부작용을 좀 더 잘 견디는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항암 요법에 반응이 좋은 편이라 항암 치료를 우선해서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에는 소아에게 표적 치료제나 면역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암종 불문 항암제는 어떤 약제인가.

“예전에는 암 치료라고 하면 특정 암을 기준으로 해서 그 암에 맞는 요법을 써왔다. 성인에서 위암, 대장암 등에 맞춰진 항암 요법이 있고 소아는 신경모세포종, 횡문근육종 등 종양의 이름에 따라서 의료진이 치료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암종 불문 항암제는 ‘종양 발생 유도 돌연변이’라고 하는 암의 발생이나 진행에서 주된 기전으로 작용하는 NTRK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약제다. 이런 암종 불문 항암제로 인해 이제는 암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암이 가지는 유전자 변이가 중요하게 됐다.”

―NTRK 유전자는 무엇인가.

“NTRK(신경성 타이로신 수용체 키나아제) 유전자는 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주는 수용체 개념이다. 어떤 원인으로 NTRK 유전자와 특정 유전자가 지속해서 결합하면 암을 발생시킨다. 이런 돌연변이 NTRK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가 최근에 많이 개발되고 있다. NTRK 융합 단백질을 가진,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암종 불문 항암제를 쓸 수 있다.”

―치료 효과는 어떤가.

“소아에서 흔하게 NTRK 융합이 나오는 질환으로 뇌에 생기는 신경교종, 흑색종, 갑상샘암, 1세 미만의 아이들에게서 잘 생기는 육종 계열인 영아섬유육종 등이 있다. 특히 영아섬유육종 80∼90% 이상이 NTRK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 치료 반응률은 88%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완전 반응이나 부분 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꽤 많아서 반응률 측면에서는 약 하나를 쓰는 것임에도 상당히 높은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보통 항암 치료를 하면 탈모, 감염, 빈혈, 출혈, 구토 등 심한 부작용이 있다. 암종 불문 항암제와 같은 표적 치료제를 쓸 때는 그런 부작용이 거의 없다.”

―소아는 건강검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소아암이 어떻게 발견되나.

“오랫동안 진행될 때까지 발견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눈에 쉽게 보이는 팔, 다리에 생기는 고형 종양은 덩어리가 보이기 때문에 발견이 되고 복부에 생기는 종양은 정말 커지기 전까지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아기는 발열,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오면서 발견하게 된다.”

―늦게 암을 발견했을 때도 암종 불문 항암제를 쓰면 효과가 있나.

“종양 발생 유도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이면 어느 시기에 쓰든 효과가 있다. 경험했던 환자 중에 가장 약에 반응이 좋았던 아이는 3개월 영아로 다리에 종양이 생긴 환자다. 병원에 왔을 때 종아리에 종양이 생겨서 급격하게 커진 상태였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안 좋은 상태였는데 NTRK 융합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를 했다. 유전자 변이를 빨리 발견해 라로트렉티닙이라고 하는 암종 불문 항암제를 쓰고 반응이 정말 극적이어서 3개월 안에 90% 이상의 종양이 없어졌다.”

―다리에 생긴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암을 없앤 것인가.

“그렇다. NTRK 억제제가 정말 잘 들으면 수술 없이도 약물 치료를 할 수 있고 수술하더라도 쉽게 할 수 있다. 아이는 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서 약간 남은 정도로 호전됐다. 남은 종양도 눈에 보이는 건 다 사라지고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었을 때 다리 안쪽에 조금 보이는 정도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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