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김종인 이해찬 없이 선거 치를 수는 없나

황대진 논설위원 2023. 11.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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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李 총선 앞 왕성한 활동
한국 정치 수십 년 좌우한 두 사람
새 시대 변화 이끌 수 있을지 의문
이들 없이도 성공하는 당 나와야
2020년 6월 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남강호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을 거론할 때 ‘진짜 탈당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얼마 뒤 그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단 얘길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신당을 조직할 인맥과 경험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판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 때문에 여야를 오가며 ‘정당 소생술사’ 역할을 맡았다. 2012년 새누리당 총선과 대선, 2016년 민주당 총선, 2020년 미래통합당 총선과 2021년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굵직한 선거마다 그가 끼지 않은 곳이 없다. 내년 총선에선 기존 당을 돕는 게 아니라 이준석·금태섭·양향자 등으로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승부를 보려는 것 같다.

그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정도다. 이 전 대표도 선거 기획에 뛰어나다. 2016년 김 전 위원장에게 공천 컷오프를 당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7선 의원이 됐다. 이후 당대표까지 맡아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180석을 만들었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당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넘어야 한다”며 전국을 돌며 당원 교육 중이다.

이대로면 다음 총선에도 김종인, 이해찬 두 사람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이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두 사람 건강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들이 정치를 보는 관점, 그간의 행태가 다음 총선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갈 대한민국에 맞느냐가 문제다.

김 전 위원장은 호불호가 강하고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더는 못 하겠다”며 떠난다. 그리고 돕던 당을 비난한다. 정치적 판단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과거 악연이 있는 안철수 후보에게까지 입당을 권유하더니, 당을 떠나고 나서는 국민의힘을 ‘흙탕물’에 비유하며 윤석열 후보의 입당을 만류했다. 유력 대선 후보를 국민의힘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고 싶어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년 전 금태섭 전 의원이 신당을 타진하자 “제3지대는 없다”고 했지만, 요즘은 “신당 만들면 수도권 30석도 가능하다”며 돕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운동권 정치의 ‘대부’다. 사고 방식도 민주화 운동 시절에 머물러 있다.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 비례 위성 정당을 창당했다. 같은 운동권 출신 유인태 전 의원조차 “천벌 받을 짓”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한일 갈등이 총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보고서를 만든 것도 이 전 대표 시절이다. 자기편은 법을 어겨도 괜찮다고 한다. 정의연 공금 횡령 의혹이 터지자 윤미향 의원에게 “굴복하지 마라”고 했고, 서울대가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 전 장관을 파면하자 “무도하다”고 했다. 공정과 상식은 안중에 없다.

‘3김’ 이후 한국 정치는 김종인·이해찬을 빼고 얘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나라와 국민의 미래보다 어떻게든 선거에 이겨서 본인과 자기편의 권력을 키우는 데 관심이 더 많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전 위원장이 필요한 당은 망하기 직전의 당이다. 당을 회생시키고 대가로 정치적 지분을 요구한다. 이 전 대표가 필요한 당은 민주당뿐이다. 그의 구태 정치는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해가 될 것이다. 이제 김종인·이해찬 없이도 성공하는 당이 나올 때가 됐다.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했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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