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는 기억하네, 그때 우리의 온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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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잠깐 앉을까? 그르르갉'.
늦은 밤, 몸의 긴장을 풀고 반쯤 걸터앉으면 속내를 털어놓게 만든다는 진실의 의자,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를 화폭에 가져왔다.
이번 전시에서 진정한 관계 맺음을 위한 고민과 기대를 빈 의자에 투영한 의자 시리즈 11점을 선보인다.
캔버스에는 나란히 줄지어 있거나 한편에 마구 쌓인 빈 의자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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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잠깐 앉을까? 그르르…갉’. 늦은 밤, 몸의 긴장을 풀고 반쯤 걸터앉으면 속내를 털어놓게 만든다는 진실의 의자,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를 화폭에 가져왔다.
초록색 파라솔과 파란색 테이블·의자는 피곤한 하루를 위로하고 낯선 이와도 밤새 수다 떨고 싶게 만든다. 작품명은 ‘있잖아 난 솔직히…’이다.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가 배영숙 개인전 ‘앉았던, 앉은, 앉으려는’을 오는 12일까지 연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배 작가는 관계와 소통에 대한 고민을 작업에 담고 있다. 표면적 대화로는 소통되지 않는 상황에 주목하고, 그러한 얕은 관계 속 다양한 감정을 마네킹과 의자에 빗대어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진정한 관계 맺음을 위한 고민과 기대를 빈 의자에 투영한 의자 시리즈 11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화면에 배치된 의자를 통해 관계의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불안정하게 맺어지고 사라지는 관계를 텅 비고 덧없이 느낀 현대인은 필연적인 만남의 과정에서 ‘나’의 모습을 숨긴다. 그렇게 화면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화면에서 사라진 인물의 관계 맺음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비어있는 자리를 통해 사라진 감정은 남아있다’.
캔버스에는 나란히 줄지어 있거나 한편에 마구 쌓인 빈 의자들이 등장한다. 벽면에 나란히 줄지어 선 의자는 면접이나 발표 대기 의자를 연상시켜 묘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하고(작품명 ‘줄줄이 서로 나란히’), 쌓인 빈 의자들은 지난 코로나19 유행 때 카페마다 고객 밀집도를 낮추려고 의자를 빼서 쌓아놓았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작품명 ‘거리두기’).
작가에게 텅 빈 의자는 관계 맺음을 위한 매개체로서, 소통의 공간이자 흔적이다. 자기방어적이고 무미건조한 대화만 오가는 현대인의 정서적 고립을 의미하는 동시에 진실한 관계를 열망한다. 관계의 무게와 겉치레를 벗어나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소통과 에너지를 찾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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