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무대’ 伊 향하는 이우진 “더 많이 배울게요”

경산=강홍구 기자 2023. 11.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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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일주일을 고민해 마음을 굳힌 뒤론 흔들리지 않았어요."

이우진은 "대회 도중에 첫 제안을 받아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렵사리 소통했다. 처음에는 영입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에이전트가 행선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설득해 마음이 흔들렸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무엇보다 끌렸다"면서 "가족과 학교 선생님도 '돈을 주고도 유학을 가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결심을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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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고교선수 최초 유럽리그 직행
올해 U19 대회 도중 ‘러브콜’ 받아… 김연경은 에이전트 통해 소통 도와
배구계 “공격-수비 모두 탈고교급… 아쉽지만 한국미래 위해 성장 기대”
한국 고교 배구 선수 최초로 유럽 리그에 직행하는 이우진(18·경북체육고). 이탈리아 1부 리그 베로 발리 몬차와 계약을 앞둔 이우진은 15일 출국해 팀 훈련에 합류한다. 경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다신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일주일을 고민해 마음을 굳힌 뒤론 흔들리지 않았어요.”

6일 자신이 재학 중인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에서 만난 이우진(18·사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키 194cm에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포지션인 이우진은 이탈리아 1부 리그 팀 베로 발리 몬차 입단을 앞두고 있다. 이우진은 “살면서 유럽에 나가 보는 건 처음”이라며 “국제대회만 나가도 (국내 대회보다) 관중이 10배는 많은 것 같은데 세계 최고 리그인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고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고교 배구 선수가 곧바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건 이우진이 처음이다. 박기원 태국 남자 대표팀 감독(72)과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70)이 1979년에,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68)이 1981년부터 이탈리아 리그에서 뛴 적이 있지만 모두 국내 실업팀에 몸담고 있다가 건너간 케이스다. 문성민(37·현대캐피탈)은 경기대 졸업 후 독일과 튀르키예 리그에서 뛰었고, 김연경(35·흥국생명)은 한국과 일본 리그를 경험한 뒤 튀르키예에 진출했다.

이우진은 올해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U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30년 만에 동메달을 따는 데 앞장섰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 7’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 이우진을 눈여겨본 에이전트가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면서 결국 이탈리아행이 성사됐다. 김연경도 이우진의 해외 진출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자신의 에이전트를 통해 이탈리아 현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우진은 “대회 도중에 첫 제안을 받아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렵사리 소통했다. 처음에는 영입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에이전트가 행선지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설득해 마음이 흔들렸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무엇보다 끌렸다”면서 “가족과 학교 선생님도 ‘돈을 주고도 유학을 가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결심을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우진은 15일 출국하지만 ‘외국인 선수는 만 19세 이후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이탈리아 리그 규정에 따라 내년 2월경 정식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그전까지는 인턴(연습생) 신분으로 팀에 머물게 된다. 이우진은 “계약 기간과 규모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한 상태”라며 “한국어 통역 등 현지 체류 비용도 구단이 부담하기로 했다. 영어 공부도 도와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몬차 구단은 7일 이우진의 합류 소식을 전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우진이 이탈리아로 건너가면서 국내 대학 팀은 물론이고 프로 팀 관계자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우진이 지난달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드래프트 때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한 현장 지도자는 “이우진은 중학교 시절부터 눈여겨본 선수다. 공격과 수비 모두 탈고교급”이라며 “이우진을 당장 우리 팀에서 잡지 못한 건 아쉽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유럽리그 진출이 곧바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국내 프로배구 무대에 도전했더라면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유럽 무대 못지않은 연봉을 보다 쉽게 거머쥘 수도 있다. 그러나 이우진은 “지금은 안정보다 성장이 나에게 더 중요하다. 유럽에서 많이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경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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