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눌해진 시진핑의 말
눈에 띄게 어눌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말이 그렇다. 그의 중국어 표준말인 푸퉁화(普通話) 표현은 짧고 명료했었다. 이과 출신답게 말이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선 각국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서였다. 결기도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7년 만에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서도 장황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외국인 투자장벽 제거를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발언에선 이처럼 명쾌한 워딩이 쏙 빠졌다. 이유는 뭘까.
대답은 최근 제기된 대만 점령 시나리오에서 찾으면 된다. 압박부터 전면 침공 및 완전 점령까지의 과정이 연안섬 점령·봉쇄·폭격 등으로 압축됐다.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발제를 통해서였다. 외신은 브랜즈 교수가 쓴 ‘중국은 대만을 어떻게 점령할까’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대만의 내년 1월 총통선거 직후 군사력을 포함해 막강한 힘을 과시해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될 개연성이 높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연일 ‘통일전쟁 리허설’로 평가되는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도 시 주석의 말은 두루뭉실했다. 그런 연유를 따져 보면 시 주석의 어눌한 표현은 의도적인 셈이다. 대만 점령을 앞두고 말을 아끼면서 전략적으로 나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대만과의 대결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하지만 전면 침공과 같은 충격적인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착각일 수도 있다. 시 주석의 눌변이 수상한 까닭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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