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이-팔 사태를 보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경기일보 2023. 11.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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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한 달로 접어들고 있다. 육해공의 전방위적 공격과 상상을 뛰어넘는 치밀한 전술로 천장 없는 감옥이라 불리던 가자지구의 콘크리트벽과 철조망을 부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무엇이 잘못될 것일까? 어디서부터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걸까? 잊혀지는 듯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고 세계는 중동을, 그리고 팔레스타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11월6일(현지 시간) 현재 가자지구 사망자 수는 1만22명이며 그중 4천104명은 어린아이들이라고 하마스 보건부는 발표했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 1천400명을 합쳐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한 사망자 수는 약 1만1천400명이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가자지구의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스라엘군의 가차 없는 폭격과 공습으로 그나마 빼곡히 모여 있던 낡은 건물들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돼 있었다. 2만2천145㎢의 이스라엘 땅에 가자지구가 차지하는 면적은 불과 365㎢다. 길이 41㎞, 폭 10㎞의 좁은 지역에 23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된 6m 높이의 육중하고 단단한 콘크리트벽 안에서, 물과 전기와 식량의 반입까지 제한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마스 궤멸이라는 구실로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은 학교, 병원 심지어 난민촌까지 가리지 않는다. 지하 40m 깊이에 약 500㎞까지 늘어선 ‘가자메트로’라 불리는 지하터널망에 숨어 있는 하마스 대원을 색출해 사살하려는 이스라엘군의 분노에 찬 공격은 무너진 건물 잔해 위를 넘는 탱크와 그 뒤를 따르는 지상군의 진격으로 이어진다. 1천40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이 희생된 하마스의 공격은 초반에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 사망자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휴전’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청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고 아랍 외교장관들은 이 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휴전이 아닌 인도주의적 휴전 자체라며 미 국무장관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은 오스만제국과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 당시 유럽 유대계의 큰손인 로스차일드경에게 전쟁비용을 지원해주면 유대인 국 가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벨푸어선언’을 약속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영국은 ‘멕마흔-후세인’ 협정으로 아랍인들에게 전쟁 후 아랍독립국을 약속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전후 중동지역을 나눠 각각 식민통치하자는 ‘사이크스-피코’협정을 비밀리에 맺는다. 영국은 같은 땅을 두고 세 개의 서로 다른 약속을 한 것이다. 결국 전 세계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땅으로 몰려들었고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 건국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한 팔레스타인 난민 수는 2022년 기준 590만명을 넘어섰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떠한 경우에도 민간인들의 희생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순간에도 폭격에 속절없이 희생되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고통을, 그리고 외침을 가슴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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