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마약’ 마케팅 속 불편한 진실
“영감이 필요한가? 당신을 위한 액상대마를 준비했다. 완전히 합법이다” 최근 대학가에 살포된 마약 판매 전단지의 문구이다. 마약이 거리의 뒷골목을 벗어나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 캠퍼스까지 넘보는 순간이다. 물론 액상 대마 역시 마약의 일종으로 불법이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액상 대마는 일반 대마초에 비해 10대 이상 환각 효과가 크고 겉모양이 전자담배 액상 용기와 비슷한 까닭에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 당연히 해당 전단지를 유포한 40대 남성은 곧바로 체포돼 마약류관리법 혐의로 구속송치된 상황이다.
분명 사건은 해결됐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아 있다. 사방에 CCTV가 있는 대학 캠퍼스에서 감히 마약 판매 전단지를 뿌릴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그것이다. 대학생들의 준법의식을 과소평가했다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을 거라 믿은 게 아닐까? 그도 아니면 이제 마약 정도는 떳떳하게 광고해도 무방할 정도로 마약의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확고한 판단이 있던 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 모든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작금의 현실은 너무도 참담하다.
대검찰청의 2022년 마약류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18년의 1만2613명과 대비해 4년 만에 무려 45.8%가량 증가하며 마약이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침투했다. 여기에 30대 이하의 마약류 사범이 2018년 5257명에서 지난해 1만988명으로 109% 늘어나면서 젊은층이 마약의 주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이유가 뭘까? 크게는 마약이 더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약’이라는 단어가 ‘맛있는’, ‘편안한’과 같은 긍정적 의미로 쓰이기 시작하며 마약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된 것이다. 이는 중독성 있는 맛을 가진 마약김밥·떡볶이에 그리고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마약베개까지 소위 ‘마약’ 마케팅의 영향이 컸다. 여기에 대마향이 나는 전자담배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이제 마약의 간접체험 시대가 열린 것과 같다.
특히 판매자는 대마향을 완벽히 구현했다고 홍보하며 실제 대마향과 똑같다는 상품평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각종 마약을 모티브로 한 상품들이 줄지어 나올까 걱정이다.
마약은 사회악이다. 그럼에도 마약마케팅은 자본주의경제의 이름으로 ‘마약’을 우리 곁의 친절한 이웃으로 만들고 있다. 늦기 전에 여기서 멈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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