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업의 DEI 워싱과 ESG 투자

안수현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사회와 기업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이란 용어가 국내외에서 부상하고 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 가치를 구현하는 조직만이 지속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성, 인종, 연령, 지역, 사회적 계층 등의 통계적 다양성과 인지적 다양성을 포함한다. 형평성은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출발선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평하고 공정한 것을, 포용성은 모두가 존중과 지지를 받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전환의 시대처럼 기술의 변화주기가 짧은 시기엔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하다. 주류의 의견만이 아니라 소수나 약자의 의견 등 다양한 사람의 경험, 정보, 의견을 받아들여 혁신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들은 DEI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략을 마련하며 다양성 최고책임자 선임, 성과보고서 발간과 임직원의 DEI 실행노력들을 KPI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DEI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사회(S) 영역에서 강조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에서 다양성 워싱으로 불리는 다양성 가장(Diversity washing)은 경계해야 한다. 다양성 가장은 외부에 발표한 것과 달리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성과는 없는 것을 말한다. 실제 역할이 없는 부서에 사회적 취약자나 소수집단 구성원을 배치하고 외부에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있는 기업으로 홍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양성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올해 4월에 개최된 미국 굽타지배구조연구소(Gupta Governance Institute) 세미나에서 예일대 경영대학의 에드워드 와츠 교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 노력을 공개하는 미국 상장기업이 늘고 있지만 과장해서 발표하고 ESG 평가를 높게 받으려는 기회주의적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성과가 낮을수록 DEI 성과를 과장한다고도 한다. 기업이 DEI 가치를 구현한다고 발표했지만 ESG평가기관이 이를 검증하기 어려운 데다 ESG 평가를 믿고 투자자들이 투자한다는 것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기업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문화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지표들이 고안·공개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경영진의 보수공시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다양성 문화지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개최된 아세아여성법학회에서 민지영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른 임원보수 공시를 통해 회사가 여성에게 얼마만큼 지원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하면서 "임원 보수공시는 단순히 보수정보만이 아니라 실제 여성이 최고의사결정 지위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한다. 또한 "기업이 여성임원 비율을 높였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은 이사회 규모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우리 기업들도 투자자가 오도하지 않도록 DEI의 진정한 변화와 이에 관한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ESG 투자자들도 보다 세심하게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