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직장 내 괴롭힘 판단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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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시행된 후 4년이 경과했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건수가 법 시행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간담회에서 '일터에서의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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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시행된 후 4년이 경과했다. 이 법으로 인해 작업장에서는 괴롭힘이 많이 줄어들었을까.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건수가 법 시행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괴롭힘 신고의 증가가 회사에서 괴롭힘 피해 사례가 실제 증가한 것이 이유인지, 아니면 원래 가해 사례는 일정하게 유지되던 중 법 시행 이후 신고 자체가 증가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간담회에서 '일터에서의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정부의 법 집행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유권해석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이미 법원에서는 구체적인 해석을 통해 괴롭힘의 판단 기준들을 정립해 나가는 중이다. 이에 하급심 판결 중 몇 가지 의미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실제 판결의 사실관계는 훨씬 복잡한 것이지만 중요한 부분만 간추려봤다.
먼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지칭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현장에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조항 자체의 모호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다만 너무 구체적으로 입법됐어도 현장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법문은 이러하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실제 현장에서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업무상 적정범위'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업무로 자리를 이석할 경우 부서장 또는 옆 직원에게 간략히 목적지를 구두로 고지하라'는 '업무방식 합의서'를 서면으로 주고 동의를 구하려 한다면 이것은 괴롭힘인가 아닌가.
이 사건에서 상사는 부하직원이 보고의무가 없는 건에 대한 보고를 요청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장이나 대외활동, 교육훈련 신청을 반려하는 등의 행위가 괴롭힘으로 인정돼 가해자로 인정받았다(대전고등법원 2021나13620호 사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괴롭힘 사례 중 'e메일 왕따' 사건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단5302826호 사건). 외국계 회사 대표가 중간관리자인 팀장을 패스하도록 지시하고 팀원들이 업무메일을 보낼 때 자신이 지정한 업무 관련자들에게만 보내도록 한 행위가 괴롭힘으로 인정된 것이다. 팀원들은 괴롭힘을 당한 팀장에게 숨은 참조 형식으로 e메일을 보내 대표가 알지 못하도록 업무내용을 공유했다고 한다.
업무상 다툼에서 비롯된 갈등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 입장에서 다행일 수 있다. 앞의 사건처럼 보고·결재와 같은 공식 업무영역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이 '적정범위'에 해당하는지 직접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무영역 밖에서 혹은 그 경계에서 이뤄지는 상사들의 행위다.
이를테면 상사의 지시로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나 모니터를 구형으로 지급하거나 책상 칸막이(파티션)를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인천지방법원 2021가단227536호 사건). 이 사건에서 괴롭힘의 가해자는 단체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이었는데 그는 피해자인 팀장만 제외하고 여러 차례 팀장 업무협의를 진행하기도 했고 고의로 회의참석을 못하게 했다.
온갖 괴롭힘 끝에 상사의 퇴사 종용 역시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 공공기관의 상사가 부하직원의 어머니에게 퇴사를 권유하고 피해 당사자인 직원에게도 문자메시지로 '우체국 ○○직 연령구분 없이 선발한다 하니 참고하기 바람'이라는 내용을 송신한 것은 퇴사를 종용하는 의도가 있으므로 적정범위를 넘은 괴롭힘 행위로 판단했다(대구지방법원 2020가단104610호 사건).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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