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위헌 논란, 친여 행보… '선 넘은' 이동관
가결되면 헌재 결정때까지 직무정지
취임 두 달을 지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두고 언론·시민사회와 야당 일각에서 탄핵 요구가 나오고 있다. 9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상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탄핵소추안이 실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동관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되며, 이미 ‘2인 위원회’로 파행 체제인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홀로 남는다. 연말로 예정된 지상파 재허가 심사,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3년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쩌다 취임 두 달 만에 탄핵 위기까지 내몰렸을까. 지난 두 달여 이동관 위원장의 발언과 행적 속에 그에 대한 답이 있다.
지난 8월25일 이동관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으며 90도로 허리를 굽히던 모습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암시하는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당시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그 모습을 가리켜 “바로 이것이 정치적 후견”이라고 일갈했다.
사흘 뒤 방통위에 정식 출근해 첫 회의를 주재한 이동관 위원장은 앞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해임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후임으로 김성근 이사를 임명했다. 그러나 2주 뒤,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어 권태선 이사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방문진 이사회는 정원(9명)을 초과하는 상태가 됐다. 방통위는 김성근 이사 임명을 철회하는 대신 즉시 항고의 뜻을 밝혔고, 야권 측인 김기중 이사를 추가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법원에 의해 연속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김성근 이사 임명과 김기중 이사 해임 모두 타당성이 없다며 집행을 정지시켰고, 서울고등법원도 방통위 항고를 기각했다. 연전연패였다. 그러나 이동관 위원장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방통위는 7일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 집행정지 건에 대해 각각 재항고와 즉시 항고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회 재구성이 사법부의 벽에 부딪혔다면, 이 위원장 체제 방통위가 밀어붙이고 있는 ‘가짜뉴스 근절 방안’은 위법·위헌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지난달 이동관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보고했다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현황 및 법적근거’란 제하의 보고서 또한 “허위보고서”란 비판에 직면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6일 방통위 보고서를 상세히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방통위가 헌법재판소의 관련 판례와 EU 등 해외사례를 선택적으로 발췌하는 등의 방식으로 취지를 오도하거나 스스로 모순된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법 논란에 더해 이동관 위원장의 ‘친여’ 행보 또한 논란을 키웠다. 방통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하지만,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 자리다. 그러나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 후 여당과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고, 그런 발언 또한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회의에선 “여당 지도부”를 가리켜 “저희 지도부”라 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동관 위원장은 방통위원 추가 임명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국회 추천 몫 세 분이 올라오면 패키지로 처리하는 거로 협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통위원 추천을 갖고 당정 협의를 한다는 말이냐”며 “위험한 말씀”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달 말부터 민주당 안에서 이 위원장을 두고 ‘해임’, ‘탄핵’ 등의 단어가 언급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 언론·시민단체들이 탄핵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했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하루 앞둔 8일 의원총회에서 이동관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등 언론·시민·노동자단체는 지난 6일 ‘(준)언론장악 저지와 이동관 탄핵 공동행동’ 출범 계획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에 대해 “정권보위를 위한 언론장악의 충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회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피로 쓰여진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의 책무를 이동관 탄핵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앞서 지난 1일부터 방송법 처리와 이동관 위원장 탄핵을 촉구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민주당과 언론단체 등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와 관련해 방통위는 지난 3일 반박자료를 내고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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