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오마이갓]준한 스님의 출가 결심을 듣고 어머니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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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저스트비 홍대선원’ 준한 스님(45)을 인터뷰하면서 어머니와의 특별한 인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독신으로 사는 수행자들의 경우 출가 사연은 하나같이 특별하지요. ‘오마이갓’을 통해서도 종교인과 부모님,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준한 스님과 어머니의 관계는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됩니다. 그 사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0년 유학비용, 평생 갚아라”
준한 스님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떠나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던 스님은 사업가인 어머니와 ‘딜(거래)’를 했답니다.
“유학 가고 싶어요.” “안 돼.” “제가 어떻게 하면 유학 보내주시겠어요?” “졸업할 때 전교 10등 안에 들면 보내줄게.”
준한 스님은 “그때 아마 제일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졸업 성적은 전교 8등. 어머니는 약속대로 유학을 보내주셨지요. 이후 어머니는 준한 스님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유학 비용을 뒷바라지하셨지요. 그 10년 동안 어머니는 전공을 무엇을 선택하든 어떤 일을 하든 한번도 잔소리를 하지 않고 지지해주셨답니다. 스님은 어머니를 “여장부,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준한 스님은 10년만에 유학을 마치고 대학 졸업장을 받아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께 드렸다지요. “고맙습니다” 인사 드리니 어머니는 말 없이 방에서 장부책을 들고 오셨답니다. 거기엔 준한 스님이 10년 유학하는 동안 어머니가 지원한 내역이 1만원 단위로 빽빽히 적혀 있었답니다. 총액은 4억 3000만원. 어머니는 장부를 스님에게 주면서 “너를 위해 내 인생의 10년을 쏟았다. 평생을 두고 갚으라”고 하셨답니다. 준한 스님은 “평소에도 어머니가 보통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씀하시는데 ‘진짜 보통 분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든 준한 스님은 미국으로 돌아가 채식뷔페 사업을 준비했답니다. 사업성도 유망해 투자 약속도 받았답니다. 그러나 대학생 때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생사(生死)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불교 수행에 빠져든 그는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수행을 계속했지요. 재가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하며 살 것인지, 출가를 할 것인지 고민 끝에 결국 출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지요. 은사는 하버드 출신 현각 스님이고요.
#출가 결심 밝히자 “다 갚았다”
출가를 결심하자 어머니가 떠올랐지요. 갚기로 약속한 유학비도 생각났고요. 귀국해서 어머니와 마주 앉았지요.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어머니에게 출가 결심을 말씀드렸답니다. 그 다음 상황은 너무나 뜻밖이었다지요. 한번도 아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어머니가 출가 결심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셨답니다. 그런데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 억울함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답니다. 당황한 스님 앞에서 어머니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이런 말씀을 들려줬답니다. “내가 평생에 아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은 네가 출가해서 큰스님이 되는 것이었다.”
준한 스님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머니 혼자 마음 속으로 간직한 소원이었습니다. 스님은 스스로 ‘모태 불자(佛子)’라고 했지요.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내심 아들이 출가수행자가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어머니와 아들은 그 자리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답니다. 환희의 눈물이었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다 갚았다”고 하셨답니다. 사업가로서 이미 자신의 노후 준비는 마쳤던 어머니는 꼭 아들이 유학비를 갚아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가할 수 있었지요. 여기까지 보면 해피엔딩입니다.
#사미계 받고 집에서 자려 하자 “견성하셨나?”
그러나 준한 스님 모자(母子)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반전이 또 있습니다. 2006년 정식으로 출가한 준한 스님은 1년간 행자 생활을 한 후 사미계를 받지요. 은사인 현각 스님은 “어머니에게 찾아가 인사 드리라”고 했답니다. 1년만에 집을 찾은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갖추고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아들 스님을 맞은 어머니는 다소곳이 삼배(三拜)를 올렸다고 합니다. 이젠 아들이 아니라 출가자 스님으로 대한 것이지요. 아들 역시 어머니에게 맞절로 삼배를 올렸답니다. 스님은 출가 전까지 지내던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맛있게 먹고 소파에 앉았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어머니가 깍듯한 존댓말로 물었답니다. “스님, 오늘 여기서 주무시고 가시려는 겁니까?” 스님은 별생각 없이 “오늘 하루 자고 갈게요”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역시 존댓말로 이렇게 물었답니다. “스님, 견성(見性)하셨습니까?” 이제 막 출가해 예비 스님(사미)이 된 아들에게 “깨달았느냐”고 물은 것이지요. “에이, 지금 막 계 받고 왔잖아요”라고 응석을 부리려는 스님에게 어머니는 “견성하고 와서 주무세요”라고 했다지요.
# “다음생엔 행자실에서 만나시지요”
그리고는 “전생에 스님에게 진 빚은 이제 다 갚았습니다. 다음 생에는 행자실(行者室)에서 만나시지요”라고 말했답니다. 다음 생에는 어머니와 아들이 아니라 진리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道伴)으로 다시 만나자는 뜻이지요. 스님은 “그런 어머니가 계셔서 출가도 하고 이렇게 살고 있다”고 감사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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