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강원] ⑭ 속초 동방검도관

박주석 2023. 11. 8.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도 평생운동 가능” 심·기·체 다스리는 낭만검객들
엘리트 선수 출신 이성근 관장
문 닫은 검도관 2014년 재오픈
국제대회서 노년부 단체전 우승
강원 소도시 작은 검도관 ‘저력’
드라마 모래시계 로망 청년 발길
신체·정신수양에 인성 겸비 도움
이 관장 지역 검도 저변확대 목표
방과후 수업·평생교육·재능 기부

검도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 있어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선택하기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기본기를 배우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만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초반의 이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면 노년에도 즐겁게 즐길 수 있다. 동호인들이 ‘평생 운동’이라며 검도를 추천하는 이유다. 속초시근로자종합복지관 4층에 있는 ‘동방검도관’을 찾아 검도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는 검객들을 만나봤다.
 

▲ 수련중인 동방검도관 관원들. 오후 5시부터 청소년들이, 오후 8시부터 직장인들이 수련을 한다.

■ 동방검도관

동방검도관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2014년, 이성근(68) 관장이 운영을 맡고부터다.

동방검도관이 처음 속초에 문을 연 시기는 20여년 쯤 전이다. 초기에 젊은 관장이 문을 열었고 동호인들을 받아 운영했지만 곧 경영난을 겪으며 관장이 검도관 운영을 포기, 운동할 공간이 필요했던 동호인 10여명 정도가 남아서 개인 운동을 하는 곳으로 이용됐다. 이후 2014년 이성근 관장이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운영이 시작됐다.

이 관장은 전북 전주가 고향이고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중학교 때 검도를 시작해 대학 시절까지 각종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었다. 운동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후 학업으로 진로를 바꿔 공부를 했고 ROTC(학군사관)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으며 국내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도 오래 했다. 은퇴 후 ‘농사나 지어볼까’라는 생각에 속초로 이주했고 이 소식을 들은 동호인들이 찾아와 ‘동방검도관’의 운영을 맡아 지도를 부탁했다.

특히 이 관장의 검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알고 있었던 부인의 권유도 있었다. 당시 부인은 “농사보다 검도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적극 추천해 검도관 운영을 시작했다.

 

▲ 동방검도관 관원들.

 

■ 국제 오픈 한국사회인검도대회 우승

동방검도관은 최근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획득, 명실상부한 명문 검도관으로 우뚝 섰다.

동방검도관은 지난 7월 8~9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사)대한검도회 한국사회인검도연맹이 주최한 제36회 국제오픈 한국사회인검도대회에서 노년부(60세 이상)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6개부, 여자 3개부 총 2500명의 생활체육 검도 동호인들이 출전한 이 번대회에서 동방검도단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결승전을 연출하며 우승기를 들어올렸다.

이종일(4단)·이태동(4단)·이성근(6단)·장창근(3단) 선수로 구성된 동방검도관은 대회 결승전에서 선봉 1-2로 패, 중견 1-1 무승부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부장전 마저 1-2로 패배할 뻔 했지만 상대 선수가 세레모니를 펼쳐 득점이 취소됐고 결국 주장전까지 경기를 이끌어간 끝에 역전 우승을 거뒀다. 특히 이번 우승은 수도권에 비해 검도 인구수가 현저히 적은 강원도의 소도시의 작은 검도관에서 차지한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제36회 국제오픈한국사회인검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동방검도관 노년부 팀.

■ 검도는 ‘심기체’ 단련 운동

검도는 정신과 신체, 기운을 모두 단련하는 운동이다.

검도 수련은 신체를 강건하게 하고 동작을 민첩 활발하게 하며 자세가 바로잡히고 태도가 침착해지며 품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검도의 특징 중 하나가 기부림이다. 검도경기에서 선수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기부림이라고 한다. 기력이 가득 차있는 상태가 자연스럽게 발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며 크게 소리를 외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힘을 집중시키기 위한 기술이다. 검도 단(段)은 초단에서 9단까지 있는데 1년 정도 수련을 하면 대부분 초단에 입단할 수 있다.

검도에 입문한 지 3개월 차부터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데 이때부터 1년간이 가장 힘들다. 단을 획득한 사람들은 이 기간을 잘 참고 견딘 사람들이다.

검도관의 김희(53) 관원은 “초보자일 경우 빨리 배우겠다는 조급함을 갖기 쉬운데 이를 극복하고 자신에 몸에 맞게 쉼 없이 수련하는 게 좋다”며 “신체 뿐만이 아닌 정신까지 수양을 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인내하다보면 어느 순간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까지 겸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동방검도관 한 켠에 정돈된 검도 장비들.

 

■ 드라마 모래시계

1995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 평균 시청률 50% 이상, 최고 시청률 64.5%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드라마에서 여주인공(고현정 분)의 보디가드(이정재 분)는 당시 청소년기 남자들에게 그야말로 로망이었다. 그들은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죽도를 들고 나타나 여주인공을 구출하던 보디가드를 보고 한번 쯤 손에 죽도를 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드라마 덕에 한때 검도관을 찾는 20~30대 남성들도 많았다.

올해 초부터 동방검도관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동호인 김승환(43) 관원은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김 씨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검도가 생각나 검도관에 등록했다”고 웃었다.


■ 관원 간 돈독한 분위기

검도를 시작한 계기는 제각각이지만 관원들을 교검(交劍)을 통해 건강을 찾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검도관에는 현재 관원 30여 명이 수련하고 있다.

운동시간은 오후 5시부터 청소년들이, 오후 8시부터 직장인들이 수련을 한다. 정식 수련시간이 아닌 시간대에는 관원들이 자유롭게 개인 수련을 하는데 상급자들이 하급자들의 수련을 돕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 씩은 관장과 관원들이 모여 회식도 갖는다.

특히 검도는 예(禮)를 중시하는 운동이라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예를 행하며 자세는 단정하고 품위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검도는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이 관장의 목표는 지역내 검도 저변 확대다. 이를 위해 방과후 수업이나 평생교육 등을 통해 재능기부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검도 수련과정 자체가 위아래와 상호 관계를 중요시하는 정신운동인 만큼 최근 사회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 문제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또 심폐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중장년층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박주석 jooseok@kado.net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