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64. 강릉 감자바우

이진규 2023. 11.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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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우직한 강원 맛 대통령 입맛까지 사로잡다
캠퍼스 커플 김경태·이경숙 부부
강릉 중앙시장 43년째 영업 중
계약재배 통해 최상급 지역산 감자 사용
윤 대통령 검사 시절 단골집 유명세
전국 각지 손님맞이로 연중무휴 운영
“강원 향토음식 알린다는 마음으로 대접”
▲ 감자바우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태(74)·이경숙(72)씨 부부

강원도를 대표하는 농작물을 꼽으라면 ‘감자’를 빼놓을 수 없다. 오죽하면 ‘감자바우’라는 별칭까지 생겼을까. 강판에 곱게 갈아 전으로 부치기도 하고, 밥에 쪄 먹기도 하고, 양념을 곁들여 반찬으로 먹어도 맛과 포만감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먹거리니 우리네 서민들 식탁에서는 고맙기 그지없는 존재이다. 예전 보릿고개 때는 감자를 찌거나 구워 쌀밥 대용으로 먹었을 때도 있었으니 고단한 서민들의 민생을 지켜준 먹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두대간 고원의 고랭지 감자 재배단지를 품고 있는 강릉에는 감자 음식과 전문점들이 유난히 많다. 감자전은 강릉말(사투리)로는 ‘감자적’으로 부르는데, 음식점 뿐만 아니라 각종 축제의 먹거리 장터에서도 단골메뉴다. 감자를 이용한 토속음식으로는 ‘감자 옹심이’ 또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존재다. 감자 앙금을 건져 동글동글 뭉친 뒤 육수에 새알처럼 띄워 내놓는 옹심이는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산간마을의 대표 별미다.

강릉 중앙시장에 ‘감자적’과 ‘옹심이’ 등 감자요리로 반세기 연륜을 자랑하는 노포 음식점이 있다. 음식점 상호도 ‘감자바우’ 식당이다. 중앙시장 장터거리에서 서편으로 약간 비켜난 작은 골목길 2층에 자리잡고 있다.


감자바우식당은 지난 2021년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고심하면서 다녀간 식당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맛집’으로 유명세를 더했고, 지난 7월에는 세계합창대회 개회식 때 김건희 여사가 방문해 식사를 하기도 했다. 감자바우식당 인근에 외가를 둔 윤 대통령은 과거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검사로 근무할 때도 이곳 감자바우식당에서 감자떡과 감자전, 옹심이를 즐기는 등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인연으로 감자바우식당을 운영하는 김경태(74)·이경숙(72)씨 부부는 지난해 대통령 취임식 때 초청을 받기도 했다.

▲ 강릉 감자바우 식당 외부 모습.

부부는 강릉 태생으로 갓 서른살 무렵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 43년째를 맞았다. 식당은 요즘 그 흔한 브레이크 타임도 없고, 1년 열두달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관광지 특성상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휴일 영업을 고수한다.

종업원들은 번갈아 순번제로 휴무가 있지만, 사장 내외는 한결같이 식당을 지키며 고객들을 맞는다. 김경숙 사장은 “관광객들이 모처럼 찾아왔는데, 브레이크타임이거나 휴일이라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냐”고 연중무휴 영업 이유를 설명했다.

감자바우식당은 연일 문전성시다. 메뉴는 감자옹심이와 감자전, 감자칼국수, 장칼국수 등 향토색이 진한데, 손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강릉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SNS가 발달한 요즘은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매일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식당의 주재료인 감자는 강원도산(産)을 고수한다. 단일마을로는 국내 최대 고랭지 재배단지를 자랑하는 ‘안반데기’ 등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일원의 감자밭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감자를 직접 수매, “최상급 품질의 감자만을 식재료로 쓴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 강릉 감자바우 식당 이경숙 대표가 조리를 하고 있다.

부부가 음식점을 시작하게 된 사연도 재미있다. 가톨릭관동대 캠퍼스 커플로 만난 부부는 학교 졸업 후 남진의 히트곡인 유행가 ‘님과 함께’에 나오는 가사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처럼 집안의 산에 소를 키우겠다고 축산 사업을 시작했는데, 뜻대로 풀리지 않아 큰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어떻게든 재기를 해야 했던 부부가 다시 시작한 사업이 ‘감자 음식점’이었다. 부인인 김경숙 사장은 “가끔 부모님과 친구들이 찾아오면 음식으로 내놓을게 마땅찮아 옥수수와 감자를 갈아 옹심이를 만들어 대접했는데, 다들 너무 맛있게 드셨다”며 “거기서 착안해 옹심이와 감자전, 감자 칼국수 등으로 메뉴를 내놓았는데, 그게 통했다”고 회고했다.

처음 음식점을 시작할 때는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감자를 깎고 가는 작업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바쁠 때는 친정 어머니 친구분들까지 불러 방안에 평상을 펼쳐놓고 삼삼오오 쉴새없이 감자를 깎고 강판에 갈았다.

김경숙 사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50살까지만 하자고 했는데, 어느새 70살이 넘었고, 이제는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단골 고객들 때문에 장사를 그만둘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최근에는 딸이 SNS홍보와 함께 밀키트 제작, 판매까지 시작해 전국 각지에서 택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군 복무를 하는 장병들이 찾아올 때는 감자전을 서비스로 내놓는다. 며칠 전에는 서비스로 감자전을 제공하자 장병이 결제를 하면서 큰 목소리로 “정말 감사합니다. 더 튼튼히 나라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흐뭇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부부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종업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6년 전만 해도 직원들이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식당 종사자 11명 가운데 한국 사람은 부부 뿐이다.

부부는 “2018년 동계올림픽 때는 어디서 듣고 왔는지 외국인 선수와 임원들도 많이 방문해 감자옹심이 등을 먹었는데, 의외로 좋아했다”며 “강릉과 강원도의 향토 음식을 지키고, 널리 알린다는 생각으로 힘 닫는 그날까지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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