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승헌]경찰 출신 이철규가 왜 尹 정부서 잘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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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이철규 복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도대체 왜 경찰 출신 이철규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아래에서 잘나가는지 궁금해한다.
이철규는 경찰 시절 정보통이었다.
그런데 이철규가 잘나가는 이유를 듣다 보면 대부분 정치 기술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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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윤핵관’ 권성동 장제원과 다른 길 갈지 주목
승승장구하던 경찰이 수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 두 번 구속됐다. 두 번 다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결국 경찰 옷을 벗어야 했다. 정치를 시작했으나 그 영향인지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검찰이라면 이가 갈릴 법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검찰 출신을 빼고선 가장 잘나가는 정치인 중 한 명이 됐다.
명실공히 친윤 핵심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이야기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로 여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났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년 총선 인재 조달을 총괄할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돌아오자 여권 안팎의 시선은 온통 이철규에게 쏠리고 있다. 이철규 복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도대체 왜 경찰 출신 이철규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아래에서 잘나가는지 궁금해한다. 여권 인사들에게 물어보니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친윤이라면 질색하는 여권의 한 중진은 “이철규는 정말 사람을 많이 안다. 별의별 사람과도 연락을 주고받더라”라고 했다. 여권의 마당발 하면 전국 주요 사찰 스님 연락처를 꿰는 주호영 의원 정도가 꼽혔는데 못지않다고 한다. 국회의원이라면 사람을 많이 알 것 같지만 ‘아웃사이더’들도 적지 않다. 특히 판검사, 관료, 학자 출신이 많은 보수진영엔 자기 분야 밖으로 인맥을 확장한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정치인이 사람을 많이 안다는 건 선거판에선 조직력으로 연결된다.
또 하나는 정보를 다룰 줄 알고 대통령 측근으로서 ‘장난’을 덜 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몇몇 인사들이 “이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주요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용산과 틀어졌다는 소문이 몇 개월 전부터 돌더니 “앞으로 윤심을 읽으려면 이철규 입을 보라”는 말이 나왔다. 이철규는 경찰 시절 정보통이었다. 경찰대가 아닌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핵심 정보를 파악해서 이슈화하고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역량은 대체 불가다. 용산 참모 중에선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과 관련해 정보 갖고 장난쳤다는 말은 아직 안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철규가 잘나가는 이유를 듣다 보면 대부분 정치 기술 분야다. 윤 대통령과 철학을 오래 공유했다거나 친노 친이 친박처럼 정치적 친족이라기보다는 2021년 대선 캠프에서 처음 만나 선거를 치르다 여기까지 왔다. 한동훈 이복현 등 특수통 검사 출신들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가 아니라 ‘선거용 테크노크라트’에 가깝다. 사회 연결망 이론에서 말하는 친족 간의 ‘스트롱 타이(strong tie)’가 아니라 일하다 만나 서로 돕고 성과를 창출하는 ‘위크 타이(weak tie)’인 것이다.
실제로 이철규는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고 ‘윤핵관 시즌2’라고 보는 게 맞다. 여당 내 친윤들은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의 4인방으로 시작했다가 역할이 분화되면서 시즌1은 권성동 장제원 투 톱이었다. 권성동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고 장제원이 3월 전당대회 이후 행보가 잦아들면서 사무총장이 된 이철규가 자기 차례가 와서 ‘친윤의 신데렐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철규가 지금의 위치를 계속 지킬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윤핵관 시즌3’를 물려줄지는 내년 총선 후 여권 정치 지형을 가늠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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