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메가시티와 지자체 혁신 방향
자치단체 중첩 해소… 예산 절감해야
산과 강 그리고 바다는 우리 삶의 영역과 양식(문화)을 규정했다. 우리의 지식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조건의 제약을 극복해 왔고, 이에 따라 삶의 영역과 양식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도시화가 대표적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진행해 2020년 현재 인류의 56% 정도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현재 인구의 81.4%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 도시화의 물결이 메가시티로 이어진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의 오래된 문제는 군 영역에 동격의 시가 설치되고, 도 영역에 동격의 특별시, 특별자치시, 광역시가 설치된 영역의 중첩성이다.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중첩성을 해소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시·군은 상당 부분 통폐합되었으나 광역자치단체는 그대로다. 동일 영역에 동격의 지방정부를 운영한다니! 얼마나 큰 낭비인가? 지방정부(기초 및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권을 가진 이익집단이다. 그래서 중첩 해소는 어려운 정치 문제가 되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얽혀들었기 때문이다.
여당발 메가시티는 논점이 불분명하지만, 주변부의 중요한 문제를 분명히 드러낸 미덕이 있다. 이번에는 돈이다. 2023년 지방재정 순계 총액은 305조여원이다. 국가 예산의 절반이다. 중첩된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를 통폐합해서 절약할 수 있는 예산(세금)을 생각하면 주변이 아니라 핵심 문제다.
메가시티는 세계적 추세다.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또 영역은 문화와 경제권이 독립적일 때 나누는 것이다. 문화와 경제권의 독립성을 반영한 것이 현재 지방행정 구역이라는 주장은 누구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메가시티 관점에서 자치단체를 전면 개편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것이 혁신 아닌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김포와 서울 통합을 반대하면서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세계의 추세를 거스르고, 상황의 변화에 무지한 주장이다. 줄여야 할 것을 늘리자고 한다. 경기도는 남부의 수원과 북부의 의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메가시티로 개편하고 도를 없애는 것이 맞다. 대구와 경북을 왜 동급의 광역자치단체로 두는가? 선출직 공직자들은 찬성할 리 없겠지만, 중첩된 행정구역을 그대로 자치단체로 전환한 것은 재정을 낭비하는, 생각 없는 결정이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낭비하는 예산은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막을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실행하지 못할 뿐이다. IMF 사태를 당하여 공공부문과 경제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을 때가 이 문제를 완화할 좋은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메가시티로 그때의 위기감을 불러내긴 어렵지만, 여야의 논쟁이 자치단체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치단체를 축소해 절감한 예산을 자율주행, 드론 등의 모빌리티 혁명을 포함하는 4차 산업혁명에 투자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정책이다. 이것을 포퓰리즘이라 한다면 꼭 필요한 포퓰리즘이다.
정정목 청주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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