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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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서장훈은 진행자로 있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눈물을 흘렸다.
방송인 이상민도 고정출연하고 있는 한 예능프로에서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어서 자신을 못 알아본다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만 자식들한테 약한 게 아니다.
세상에 변함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건 아마도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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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거리를 매일매일 일기로 쓰는 대회가 있었다. 같은 기간 엄마와 딸이 동시에 그날의 일을 적으며 서로 간의 감정적 거리를 측정하는 일기다. 원하는 운동화를 사준 날 딸은 일기장 맨 끝에 엄마와의 거리가 1㎝라고 적는다. 엄마와 싸울 때는 거리가 30㎝로 늘어난다. 딸은 자기 기분에 따라 엄마와의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변동이 요동친다. 엄마의 일기를 읽어본다. 운동화를 사주니 딸이 한없이 기뻐한 그날도, 딸과 다툼을 하며 언쟁을 높인 그날도 엄마는 딸과의 거리가 변함없이 0㎝다. 무슨 일이 있어도 딸과의 거리는 한결같다. 늘 0㎝다. 두 개의 일기를 읽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세상에 변함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건 아마도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는 감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를 만만하게 대한다. 늘 곁에 있고, 내가 원하면 어디서나 달려와 주고,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항상 내 편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오히려 친구 어머니께는 자상하고 따뜻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친구 집을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친구 어머니께 “그동안 별 일 없으시냐? 건강하시냐?” 살뜰하게 안부를 챙긴다. 그러나 정작 내 어머니한테는 무관심이다. 전화 한 통도 인색하다. 소중한 대상을 소중하게 느낄 때는 그 대상이 내 앞에서 사라진 후다.
육남매에 막내인 친구는 형제가 많아서 늘 시끌시끌한 집도 싫었고,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나이 많은 할머니 같은 어머니 모습도 싫었다. 학교에서 자모회가 있는 날이면 어머니는 장사하느라 바쁘다며 막내이모를 대신 참석시켰다. 친구는 그게 너무 좋았다. 패션모델처럼 예쁘고 세련된 막내이모가 학교에 나타나면 공연히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친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비로소 알았다. 어머니가 그림을 잘 그려 매번 뽑혀서 교실 뒷 벽에 걸려 있는 막내딸 그림을 너무 보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바빠서 학교에 안 간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못 간 거라는 걸.
지금도 친구는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살 때 절대 가격을 깎지 않는다. 싱싱한 것보다는 오히려 오늘 못 팔면 내일 팔기 어려운 생선을 골라서 사기도 한다. 그러면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니? 이제 엄마가 없는데.”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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