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번트 실패로 삼중살→2연속 삼진→고우석에 결승 2루타···‘가을사나이’ 문상철이 들었다놓은 1차전, KT가 잡았다[KS1]

김은진 기자 2023. 11. 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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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문상철이 7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회초 LG 마무리 고우석의 커브를 받아쳐 결승타를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1-2로 뒤진 2회초 무사 1·2루. KT 7번 문상철(32)은 초구에 번트를 댔다. 공격력으로 기대받는 타자지만, 1점 싸움이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무조건 진루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작전 없이 스스로 댄 번트였다.

타구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타석 앞에 똑 떨어지고 말았다. 타구를 주운 LG 포수 박동원은 3루로 송구, 3루로 달리던 2루주자를 먼저 잡았고 3루에서 태그한 유격수의 1루 송구로 타자 주자 문상철이 아웃됐다. 병살타. 그 사이 2루에 세이프 됐던 1루주자 배정대가 3루로 힘껏 달렸으나 1루에서 문상철을 잡은 2루수 신민재의 3루 송구에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삼중살타는 아니지만 포스트시즌 사상 4번째, 한국시리즈 2번째 삼중살 수비로 KT의 공격은 끝나고 말았다.

무사 1·2루에서 삼중살을 낳은 통한의 번트 실패를 경기 내내 마음 속에 안고 있던 문상철이 9회초 결승타로 한국시리즈 1차전을 결정지었다.

KT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LG를 3-2로 꺾었다. 2-2로 팽팽하던 9회초 2사 1루에서 문상철이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좌월 2루타를 때렸다.

이날 경기는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LG의 잔치 같았다. 2만3750석이 경기 시작 5시간 전에 매진됐고 관중석은 온통 유광점퍼를 입은 LG 팬들로 가득했다. 원정석도 LG 사실상 차지였다.

상대 팬들의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응원 속에 KT는 고전했다. 선발 고영표가 6이닝 7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야수들의 몸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1회초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톱타자 김상수가 안타로 출루, 도루에 이어 상대 실책으로 3루를 밟은 뒤 황재균의 내야 땅볼로 선취 득점했지만, 1회말 1사 1·3루에서 나온 2루수 박경수의 포구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1사 만루에서는 문보경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1-2로 역전을 내줬다.

이후 고영표는 역투를 펼쳤다. 1점도 더 내주지 않고 완벽한 체인지업 제구로 모든 위기를 이겨냈다.

그러나 타자들이 고전했다. 2회초를 삼중살로 놓친 뒤 4회초 1사 1·2루에서 장성우의 적시타에 2-2 동점을 만들었으나 1루주자 알포드가 홈에서 아웃돼 역전은 하지 못했다. 7회초에도 2사 1·2루에서 대타 김민혁의 적시타에 2루주자 장성우가 홈으로 달렸으나 역시 태그아웃, 좀처럼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LG는 켈리가 6.1이닝 4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고 이정용-함덕주로 8회까지 막았다. 그리고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이 승부수를 문상철이 뚫었다. 2사후 배정대가 볼넷을 골라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었고, 0B-2S의 불리한 카운트로 출발한 문상철이 끈질긴 승부 끝에 6구째 커브를 받아친 것이 좌측 펜스를 맞고 떨어지는 대형 2루타가 됐다. 홈런이 될 뻔한 대형 타구에 1루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아 3-2로 균형을 깼다. LG 팬들로 가득 차, 경기 내내 뜨거운 함성으로 들썩이던 잠실구장은 순간 고요해졌다.

KT 문상철이 7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회초 결승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영표가 내려간 뒤 7회와 8회를 손동현으로 막은 KT는 9회말 박영현을 투입해 삼자범퇴로 끝내며 천금같은 1차전을 잡았다.

번트 실패 뒤 5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헛스윙 삼진, 7회초 1사 1·2루에서 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던 문상철은 마지막 한 방으로 모든 빚을 다 갚았다. 문상철은 “사인은 없었다. 우리가 선취점을 냈는데 1회말 역전 당해서 빨리 동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자를 진루시키려고 내가 번트를 직접 댔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다보니 경기를 수월하게 갈 수 있는 상황에서 나 때문에 분위기까지 넘어간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며 “경기 내내 형들이 ‘한 개만 치면 된다’, ‘너한테 기회가 온다’고 해서 빨리 비워내려고 했다. 원래 망설이면서 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 뒤 타석에서는 계속 마음에 (2회 상황이) 있어서 그런지 정확하게 치려하다 보니 타이밍이 안 맞았다. 유한준 코치님과 얘기하고 조금 수정하고 (마지막 타석에) 나갔다”고 말했다.

올시즌에도 고우석을 상대로 3타수 3안타로 잘 쳤던 문상철은 이날 마지막 한 타석에서 고우석을 무너뜨리고 KT를 1차전 승리로 이끌었다. 문상철은 “고우석은 항상 만날 때마다 공이 좋았다. 워낙 직구가 좋은 투수니까, 2스트라이크 이후라 빠른 공 대비하면서 내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은 망설이지 않고 자신있게 쳤다”고 결승타 순간을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가을야구에 대타로만 나섰던 문상철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부터 선발 출전하고 있다. NC와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1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배정대와 함께 KT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문상철은 실수마저도 100% 이상 만회하며 한국시리즈의 첫문까지 활짝 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것은 39차례 중 29차례다. 74.4%의 우승 확률을 KT가 잡았다. 8일 열리는 2차전에서는 LG 최원태와 KT 윌리엄 쿠에바스가 선발 격돌한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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