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철근·콘크리트 시공시 하도급 금지…“부실공사 제로”

김주영 2023. 11. 7. 22: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市,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 발표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품질 직결 공종
원도급사가 100% 직접시공 원칙 담아
불법 하도급 단속 민간 분야까지 확대
비 내리면 콘크리트 타설 원칙적 금지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도 전체 적용
건설산업발주자협회 설립도 추진키로

앞으로 서울에서 공공건설 공사를 할 땐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건축 품질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 업체가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해야 한다. 그간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전체 건설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분야 공사까지 확대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바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 ‘부실공사 제로 서울’ 기자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건전한 건설 문화를 가로막아온 제도와 관행들을 바로잡아 건설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 ‘부실공사 없는 안전한 서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얼마 전 서울과 인천 등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외벽 철근 탈락 등이 발생하며 부실시공 문제가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데 따른 조치다. 시는 대책 수립에 앞서 건설산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설계-시공-감리-발주’에 걸친 사례별 부실 원인을 파악해 설계~발주 전분야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건설 분야에선 부실공사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고자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시는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해 내년 상반기 중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부실공사 업체의 경우 시가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 입찰 참가를 2년간 제한한다. 부실 내용에 따라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명단도 공개한다.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공정에 대해선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하도록 입찰공고문에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을 명시한다. 일각에서 하도급 중단으로 공사비가 오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 유창수 시 행정2부시장은 브리핑에서 “가설공사라든지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주요 공정은 안전과 직결돼 공사비가 상승하더라도 시행해야 한다”며 “(상승) 비용까지 감안해 예산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글에서 “대형 건설사가 입찰을 따낸 후 건물의 뼈대와 살을 만드는 핵심 공정은 하도급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명 ‘단가 후려치기’, 비숙련 노동자, 도면 못 읽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도급 문제를 끊어내지 않으면 한국 건설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는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의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하고자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보완 등으로 불가피하게 하도급을 시행하는 경우엔 하도급 계약 적정성 심사 대상 금액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높이고,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들이 실제 현장에 나가서 업무를 보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도 없애기로 했다.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도 모든 공공 공사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민간건설 분야에서는 우선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시나 자치구의 지역건축안전센터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시공 품질 관리를 위해 비가 내릴 땐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을 인허가 조건에 명기한다. 불가피하게 타설해야 할 경우엔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유 부시장은 “콘크리트 타설 중에 비가 온 경우는 중단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경우 타설 14일, 28일 후에 (콘크리트의) 강도를 체크해서 부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 관리에 나선다.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고자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생각이다. 이 뿐 아니라 시공·구조·안전 품질에 대한 감리 자격시험 도입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인천=연합뉴스
시는 시공 미숙이나 덤핑 입찰(저가 수주) 같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관행을 끊어내기 위한 체질 개선도 꾀한다. 먼저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외국인 근로자 투입 전에는 설계도면 숙지·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향후 시 발주공사의 콘크리트·철근공 등 시공에는 중급 근로자를 위주로 배치한다.

입찰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종합평가낙찰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높여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적격심사’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을 받을 수 있어 저가 투찰 유도, 페이퍼 컴퍼니 양산 등 부작용이 많다고 시는 덧붙였다. 시는 또 적격심사 낙찰률을 현행 86%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현재 86% 수준)의 현실화도 요구할 예정이다.

가칭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 설립도 추진한다. 협회는 발주자 대상 교육, 민간 정비사업조합 컨설팅, 하도급·감리계약 적정성 검토, 현장근로자 전문기능 교육 등을 맡는다. 유 부시장은 “발주자가 주인 의식과 책임 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산업이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다”며 “책임감을 갖고 공사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는 행정2부시장 직속 전담조직을 만들어 신규 과제를 발굴하고, 정부와의 협력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