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정인덕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농구가 너무 그리워서 그리고 간절해서 은퇴를 번복한 뒤 다시 KBL에 돌아온 선수가 있었다.
당시 그는 필자와의 첫 인터뷰에서 “많이 간절하다. 너무 간절하다. 진짜 농구 아니면 안 된다”라고 전해왔다. 수훈 선수 인터뷰는 당연하게도 그에게 너무나 낯선 순간이었기에, 그는 모름지기 경직된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주인공은 현재 창원 LG에서 핵심 식스맨으로 코트에 나서고 있는 정인덕.
196cm의 장신에 호리호리한 체형, 슈팅엔 분명히 강점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나던 체력의 한계. 그뿐만 아니라 아무나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프로 무대에서 경험 부족, 특출난 장점이라곤 전무했던 정인덕의 플레이는 그의 발목을 몇 번이고 계속 붙잡았다.
하지만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그의 노력과 간절함을 유심히 지켜봤던 LG는 끝끝내 다시 그에게 송골매 유니폼을 선사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상황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저를 믿고 감독님께서 기용해 주시는 만큼,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정인덕은 그때의 그 마음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변치 않았다고 전해왔다. 간절함과 배고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느낌이 뭔지 아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날 펼쳐진 LG와 한국가스공사와의 D리그 경기 관중석에는 조상현 감독이 방문했다.
“평소에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은 여기서라도 기회를 잡으려고 열심히 한다. 어떻게 보면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이 그들의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그러기에 1군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정규리그에서 일정 출전 시간을 보장받고 있는 양준석, 유기상, 정인덕과 같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 외도 감독님이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면 더욱이 눈에 들고자 전력을 쏟아붓는다. 일반인들도 직장, 사회생활에서 그렇듯, 상사에게 이쁨 받고자 하는 건 한편으로는 세상의 이치.
“D리그를 통해서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D리그가 없었다면 제가 현 위치까지 이렇게 올라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래서 저는 D리그나 정규리그나 제가 마주하는 어떠한 경기든 똑같은 플레이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 힘쓰고 있어요. D리그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장소거든요”
올 시즌 정인덕은 평균 6경기 동안 16분 11초 출전해 5.7점 1.7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크게 두드러지지도 않고, 별 다를 바 없는 식스맨의 활약상이지만 기록지에 나타난 정인덕의 숫자 하나하나는 그에게 너무나 남다르다.
또 올해로 프로 5번째 시즌을 맞이한 정인덕은 모든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갱신 중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일까. 직전 시즌부터 정규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 2년 전에 비해 평균 출전 시간이 5배나 넘게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1라운드 DB와의 경기에선 전반 야투율 100%를 기록, 19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새롭게 작성하기도 했다. 새로운 해가 떠오를수록 정인덕의 플레이도 덩달아 같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그때는 열심히만 했었어요. 요즘은 여유도 갖추고...(웃음) 무엇보다 팀 내 중고참으로써 중간에서 다리 역할도 해내고 있어요”
확실히 D리그보다는 중요한 정규리그에서도 출전 시간을 많이 가져가고 있는 정인덕. 한편으로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기에 관심도와 중요도가 비교적 낮은 D리그에선 나태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인덕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모든 경기가 소중해요. 또 기록에 관해서 많은 분들이 얘기해 주시는데 그것보다 팀이 승리하는 방향에만 신경 쓰고 있어요. 특히 궂은일과 수비를 가장 먼저 챙기고 있어요”
예전 시대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모든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한다. 본인의 슛 찬스가 찾아왔는데도 던지지 않으면 크게 호통을 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해 시도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물 중 어느 하나라도 받아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정인덕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배짱 있는 슈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팀 내에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격 자원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요즘은 힘차게 솟구쳐 올라 전광판에 3점을 기어코 추가하고 만다.
슈터는 때론 이기적이고 뻔뻔해야 한다는 말. 정인덕이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그렇게 정인덕은 많은 D리그 선수들에게, 그리고 후배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하면 언젠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도 널리 알려주고 있다. 그런 정인덕이 남들이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물론 나도 높은 위치는 아니지만 첫째로 부상이 없어야 건강히 오래 뛸 수 있다. 그리고 내 모습이 뭔지 잘 보여줘야 한다. 지금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D리그 선수 포함 KBL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게 열심히 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줬으면 한다”
그렇게 장소가 어디든 간 정인덕은 오늘도 내일도 100% 전력을 쏟아부으며 코트를 질주한다.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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