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득 끝까지 환수"… 與, 공매도 후속조치 속도낸다
"불법적발땐 패가망신 엄벌"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담보 비율 조정 방안도 검토
적발 확률 대폭 높여야
美 20년형·英 벌금 제한 없애
수익 환수해 시장 신뢰 쌓도록
공매도 금지 정책을 주도한 여당에서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제도다.
정부가 미온적인 자세를 보일 때 공매도 금지 정책을 밀어붙인 여당이 세부 정책안까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외 공매도 전산화, 불법 공매도 적발 시 형사처벌 강화나 이익 환수 등 내용을 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매도 담보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담길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가 제도 개선을 위해 취해진 잠정적인 조치인 만큼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이럴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전격 도입된 후 이틀간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을 보였다. 급격한 변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정부와 금융당국 조치가 일일천하에 그쳤다는 등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제도를 재설계하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를 원천차단할 전산화는 물론이고 주식 차입 조건과 관련해서도 개선의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판단이다. 100% 완벽한 개선은 힘들지만 개혁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불법 공매도는 반드시 적발된다. 적발되면 패가망신 수준의 처벌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법 공매도를 저지를 경우 적발될 확률을 대폭 높이고, 적발되면 너무나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강력한 인식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매도를 악용하는 경우 미국은 최고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여러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매도 주문 금액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고, 1년 이상 유기징역과 부당이득액의 3~5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즉 1억원의 수익을 노리고 50억원의 불법 공매도 주문을 했다면 5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적발과 과징금 부과 사례가 축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우리 금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 최고액은 38억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면 내년 6월 전이라도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 등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비교적 많이 떨어진 한국 증시로 내년에는 외국인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면서 "그때 제대로 외국인들의 수급이 들어오게 하려면 빨리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증거금률 개선, 전산화 등은 현실적인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이 때문에 더더욱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 사례로 지적된 증거금률 개선은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A증권 B팀장은 "억지로 맞춘다면 기관과 개인의 증거금률을 같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식을 빌려줄 때 수수료율은 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해줄 때 신용도와 담보물에 따라 이자율이 다른 것과 같은 원리다.
B증권 관계자는 "주식을 빌려줄 때의 수수료는 상황과 규모 등 거래 조건에 따라 매번 다르기 때문에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수수료율보다는 상환기간과 증거금률로 차등을 두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산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실제로 대차거래를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C증권 D팀장은 "기관이 증권사에 공매도 주문을 낼 때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문을 내는 사람이 차입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특히 기관의 경우 나중에 결제일에 기관결제를 통해 금액을 맞추는 계좌로 거래를 하다 보니 애초 개인처럼 현금을 걸어놓고 주식을 사는 시스템조차 아니다"고 했다.
E증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대차거래가 이뤄지는데 주식을 빌린 사실을 공매도 주문을 넣기 전에 미리 확인하도록 한다면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공매도라는 게 기본적으로 시장에 존재하는 찰나의 불균형을 이용한 차익거래인데, 시차를 두게 된다면 공매도라는 거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진단했다.
[최희석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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