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살 빌미’ 문상철, 9회초 2사후 결승타…KT, LG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KT를 울린 것도 웃게 한 것도 문상철이었다.
정규시즌 2위 KT가 1위 LG와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9회초 문상철의 적시 2루타 한 방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KT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방문 경기에서 3-2 한 점 차 진땀승을 거뒀다. 첫 타석에서 보내기 번트를 실패하며 삼중살의 빌미를 제공했던 문상철은 9회초 승부처에서 결승타를 치며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1차전이 무승부로 끝난 1982년 KS를 제외하고 역대 39번의 7전 4승제 KS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정상에 오른 건 29번이다. 2년 만의 KS 우승에 도전하는 KT로선 74.4%의 기분 좋은 확률을 등에 업게 됐다.
KT는 1회초 선두타자 김상수가 홈을 밟으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김상수는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한 데 이어 2번 타자 황재균의 타석 초구 때 곧바로 2루를 훔쳤다. 정규시즌 도루 1위의 팀 LG의 허를 찌른 KT 이강철 감독의 판단이 빛난 순간이었다. 이어 도루 과정에서 LG 포수 박동원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3루에 다다른 김상수는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때 홈으로 향하며 선취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KT의 리드는 그리 길지 않았다. 1회말 LG 오스틴의3루 상황에서 LG오스틴의 땅볼을 2루수 박경수가 한 차례 놓쳤다 포구한 데 이어 유격수 김상수가 송구마저 떨어뜨리면서 3루주자 박해민이 홈을 밟았다.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위기가 이어졌다. 오지환의 안타로 이어진 LG의 1사 만루 기회에서 문보경이 3루 주자 김현수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점수가 뒤집혔다.
2회초에는 찬물마저 끼얹어졌다. KT는 선두타자 장성우가 상대 수비 실책으로 출루한 데 이어 배정대가 좌전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2루 기회를 맞았다. 동점을 넘어 역전 기회가 온 듯했다.
그러나 후속타자 문상철에게 지시한 보내기 번트 작전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LG 포수 박동원이 자신의 앞에 짧게 떨어진 번트 타구를 잡아 3루로 던져 2루주자 장성우를 포스 아웃시켰다. 이어 타자주자 문상철까지 잡아냈다.
여기에 2루를 밟은 배정대마저 런다운에 걸린 끝에 태그아웃 되면서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다. 2004년 현대가 삼성과의 7차전에서 1회초 양준혁의 타석 때 잡아냈던 삼중살에 이어 KS 역대 두 번째 삼중살이 나온 순간이었다.
KT는 4회초 연속 볼넷으로 맞은 1사 1, 2루 기회에서 장성우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긴 했지만 아쉬운 플레이는 이어졌다. 2루 주자 황재균이 홈을 밟는 과정에서 LG의 송구 실책을 틈타 알포드가 홈을 밟으려다 태그아웃됐다. 7회초에도 2사 1, 2루 때 대타 김민혁이 우전안타를 쳤지만 장성우가 홈 앞에서 태그아웃을 당했다. 동점에서도 좀처럼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불씨를 살리지 못하던 KT의 해결사는 7번타자 문상철이었다. 9회초 2사 후 배정대가 볼넷을 골라 출루한 상황에서 문상철은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6구째 커브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적시 2루타를 만들어냈다. KT 벤치에서 홈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을 정도로 큰 타구였다.
2사 후 공이 문상철의 배트에 맞자마자 1루를 떠난 배정대를 홈으로 불러들이기에도 충분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삼중살의 시작이 됐던 번트를 치는 등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침묵했던 문상철은 이 안타로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9회초 2사까지 이어진 팽팽한 2-2 균형을 무너뜨린 KT는 9회말 등판한 박영현이 상대 타순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7회말 등판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KT 손동현이 승리투수가 됐다. KT 선발 고영표도 6이닝 7피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한편 2002년 이후 21년 만에 KS 무대를 밟은 LG는 정규시즌 10승 6패의높은 관심을구하고 1차전을 KT에 내줬다. 이날 경기장에는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몰렸다. 암표가 거래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차전을 내준 LG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다시 한번 KS 승리에 도전한다. 11월 8일은 공교롭게도 LG가 마지막 KS 승리를 거뒀던 2002년 KS 5차전이 열렸던 날이기도 하다. 삼성과의 KS 5차전에서 8-7로 이기며 시리즈를 이어간 LG는 이후 6차전을 삼성에 내주며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KT는 2차전 선발 투수로 쿠에바스를, LG는 최원태를 예고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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