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롤렉스···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하는 LG
‘까까머리 때부터 LG맨’ 주장 오지환의 다짐
2016년 준PO서 MVP 맹활약 후 첫 KS…올해 팀 내 결승타 최고 “숱하게 한 세리머니를 현실로 만들 차례”
프로야구 LG 주장 오지환(33)은 2016년 LG와 넥센이 만난 준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이었다. 가을야구가 낯설었고 20대 중반의 미완성 내야수였던 오지환은 1차전에서 잇따른 실책을 했지만 2차전에서는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경기를 들었다놨다 해 ‘오지환 시리즈’로 불렸던 당시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오지환은 12타수 6안타 4볼넷 3타점으로 타율 5할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4차전에서는 4-4로 맞선 8회말 결승타를 때려 5-4 역전승을 이끌며 LG를 플레이오프로 올려놨고 준플레이오프 MVP가 됐다.
오지환의 유일한 ‘가을야구 MVP’ 기억이다. LG가 가을야구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웃었던 기억이기도 하다.
그해 플레이오프에서 NC에 1승3패로 져 최종 단계까지 나가지 못한 LG는 그 뒤에도 꾸준히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했지만 플레이오프 단계를 넘어본 적이 없다. 2019년과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했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고, 2021년에는 직행한 준플레이오프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으나 키움에 1승3패로 무너져 탈락했다.
지난 20년간 4번 나간 플레이오프를 한 번도 통과하지 못했던 LG는 드디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면서 2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오지환은 그 전면에 자신이 서겠다고 선언했다. 오지환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롤렉스 시계는 내가 받고 싶다. 주장으로서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그래도 나한테 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웬만해서는 신중하게 말을 아끼는 오지환의 이례적인 선언,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다짐이다.
‘롤렉스 시계’는 ‘아와모리 소주’와 함께 29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LG의 이번 한국시리즈 상징이다. LG 야구단에 무한 애정을 보냈던 구단주,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994년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며 지역 특산 증류주인 ‘아와모리 소주’로 건배했는데 그해 우승하자 1995년 캠프에서도 같은 소주를 3병 사서 “우승하면 마시자”고 한 것이 지금껏 개봉되지 못했다. 롤렉스 시계는 1997년 등장했다.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나갔으나 우승을 놓치자 “다음 한국시리즈 우승 때 MVP에게 주겠다”며 사놓은 것이다.
오지환은 포스트시즌 통산 16경기에서 타율 0.216(102타수 22안타)을 기록했다. 가을야구 성적이 좋지는 않았고 한국시리즈도 처음 나간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30명의 LG 선수 중 김현수, 김민성, 박동원에 이어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다. 외부 영입 선수가 아닌, LG에서 데뷔한 프랜차이즈 선수 중에서는 가을야구 최다 경험자다.
2009년 입단한 오지환은 현재 남아 있는 선수 중 많지 않은, LG 암흑기 경험자다. 고졸 1차 지명 신인으로 입단한 뒤 LG 미래를 책임질 내야수라며 구단이 수많은 풍파 속에도 공을 들여 키워냈다.
오지환은 올해 외인 타자 오스틴 딘(15개)에 이어 LG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결승타를 쳤다. 가을야구 통산 기록은 좋지 않지만 클러치 상황에서 한 방을 가진 오지환의 다짐과 함께 LG가 29년 만의 우승 도전을 시작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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