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철 카드’ 지킨 이강철의 7회 선택, ‘반전의 9회’ 만들었다[KS1 벤치 리뷰]

KT 문상철이 7일 한국시리즈 잠실 2차전에서 2-2이던 9회 결승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문상철은 상대 야수 실책을 틈 타 3루까지 갔다. 정지윤 선임기자

2-2로 맞서던 7회초, KT는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1사 뒤 5번 장성우의 좌중간 안타로 6번 배정대의 볼넷 출루에 이어 7번 문상철 타석. LG 마운드에는 선발 케이시 켈리에 이어 7회 올라온 우완 이정용이 마운드를 지키는 중이다.

7일 한국시리즈 잠실 1차전은 2-2이던 9회 2사 1루서 터진, 7번 문상철의 좌월 1타점 2루타로 갈렸지만 7회초 찬스에서 KT 벤치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9회의 극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약속의 9회’를 만든 건 7회 KT 벤치의 결정이었다.

KT는 7회 상대 우완 투수를 겨냥해 좌타 대타 요원인 ‘김민혁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지명 대타 자리인 우타 문상철 타석에 김민혁을 투입할 만했다. 그러나 이강철 KT 감독은 문상철을 빼지 않았다. 문상철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도 돌아올 다음 타순도 계산하는 것으로 보였다. 문상철은 삼진으로 아웃되며 이 자리에서는 벤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김민혁이 대타로 나온 타순은 8번 박경수 자리. 김민혁은 우전안타를 때렸지만, 걸음이 늦은 2루주자 장성우가 속도를 내지 못하며 홈에서 횡사했다.

7회 상황이 다시 떠오른 것은 9회였다. 2-2이던 9회 LG는 마무리 고우석을 올려 박병호와 장성우를, 삼진과 좌익수 플라이로 순식간에 잡아냈다. 그러나 배정대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1루. 어렵게 다시 만든 찬스에서 타석에 나온 문상철은 볼카운트 2-2에서 고우석의 5구째 커브(131㎞)를 받아쳐 왼쪽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오는 2루타로 연결했다. 타구가 굉장히 높이 떴다가 가라앉은 덕분에 1루주자 배정대는 여유 있게 홈인에 성공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승리 뒤 환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강철 감독은 경기 뒤 “7회 문상철 타석에서 대타 김민혁을 내는 것도 생각했지만, 문상철을 빼면 그다음 상황에서 하위 타순이 약해질 것 같아 조금 더 봤다”며 “결과적으로 9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7회 대타 기용을 놓고 고민한 여운이 남아서인지 “9회 찬스에서 내가 문상철을 뺐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고 웃으며 “문상철은 정규시즌에도 고우석에 강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혁은 정규시즌인 지난 8월 허벅지 부상 여파로 선발 라인업으로 정상 출전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가을야구에서 대타 요원으로 위협적인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플레이오프 수원 5차전에서 0-2 열세를 한 번에 만회한 것도 5회 대타로 나온 김민혁의 2루타 덕분이었다. KT는 2차전 이후에도 김민혁 대타 찬스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