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 "김규민 대신 조재영 활용"…김규민 "나도 때리고 싶어"

하남직 2023. 11. 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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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38·대한항공)는 OK금융그룹 블로커들이 미들 블로커 김규민(32)의 속공에는 대비하면서도 조재영(32)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걸 확인했다.

경기 뒤 만난 한선수는 "상대 블로커 움직임을 보니 김규민의 속공은 의식하면서, 조재영은 다소 느슨하게 놓아주더라. '아, 오늘 OK금융그룹이 (조)재영이를 버리는구나'라고 판단해 재영이에게 공을 자주 올렸다"고 특유의 농담을 섞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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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3연승 이끈 두 베테랑의 유쾌한 '티격태격'
한선수와 조재영의 속공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38·대한항공)는 OK금융그룹 블로커들이 미들 블로커 김규민(32)의 속공에는 대비하면서도 조재영(32)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걸 확인했다.

이후 한선수는 적극적으로 조재영의 속공을 활용했고, 김규민에게는 거의 공을 주지 않았다.

한선수의 선택은 옳았다.

대한항공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홈 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0(25-20 26-24 25-15)으로 완파했다.

이날 조재영은 속공을 10차례 시도해 9차례 성공했다.

오픈 공격 1개도 성공해 이날 조재영의 공격 성공률은 90.91%(11차례 시도 10번 성공)에 달했다.

블로킹 득점 3개를 포함, 조재영은 이날 한 경기 개인 최다인 14점을 올렸다.

반면 김규민에게는 단 두 번의 공격 기회가 왔고, 한 번 성공했다. 대신 블로킹 득점을 6개나 했다.

김규민은 OK금융그룹 블로커를 끌고 다니는 '미끼' 역할을 하며 대한항공 날개 공격수를 돕는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 했다.

경기 뒤 만난 한선수는 "상대 블로커 움직임을 보니 김규민의 속공은 의식하면서, 조재영은 다소 느슨하게 놓아주더라. '아, 오늘 OK금융그룹이 (조)재영이를 버리는구나'라고 판단해 재영이에게 공을 자주 올렸다"고 특유의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는 "김규민은 오늘 미끼 역할을 충실하게 해줬다"며 "공격을 자주 안 하니까, 블로킹이 살아난 것일 수도 있다. 다음 경기에서도 규민이의 블로킹 능력을 살리고자, 공을 덜 올려야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웃기도 했다.

대한항공 미들 블로커 김규민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김규민도 이날 승부처였던 2세트 중반 연거푸 블로킹 득점을 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한선수의 말을 끄덕이며 듣던 김규민은 "내가 미끼가 돼 우리 측면 공격수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공격했다면 만족한다. 나는 일단 매 세트 빠지지 않고 출전하는 걸 올 시즌 목표로 정했다"며 "오늘도 매 세트 출전했고, 팀은 승리했으니 기분 좋다"고 했다.

하지만 곧 "나도 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오늘도 선수 형에게 '나 줘'라고 몇 차례 외쳤는데 공이 안 오더라"고 털어놨다.

한선수는 "김규빈이 달라고 할 때 공을 주면 '(상대 블로킹에) 걸리거나, 아웃'이다. 블로킹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김규민은 억울해하면서도 "오늘은 선수 형 판단이 옳았고, 우리 팀이 이겼다"고 한 걸음 물러났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지만, 4시즌 연속 우승을 향해 힘을 모으는 두 베테랑 덕에 대한항공은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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