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차세대 원전 SMR…국내 투자 기업 어쩌나
추가 전력 구매 사업자 확보 실패
발전비용은 예상보다 50% 급증
IBK증권·두산에너빌리티 ‘타격’
미국 원전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의 첫 번째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전력 수요자는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비용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7일 에너지전환포럼이 미국 유타주 워싱턴시 전력이사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뉴스케일파워는 9월까지 아이다호에 건설하는 카본 프리 파워프로젝트(CFPP) 발전소에서 생산할 전력을 구매할 사업자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26개 지자체가 뉴스케일파워와 맺은 개발비 환급협약에는 전력구매 약정용량을 기존 120메가와트(㎿)에서 2024년 1월까지 사업규모(462㎿)의 80%인 370㎿로 늘리지 못할 경우, 투자비를 전액 환급받고 사업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조건이 담겼다. 마감기한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2015년부터 8년간 모집한 약정 규모의 2배를 더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CFPP 사업은 2029년까지 한 호기당 77㎿의 소형 원자로 모듈을 6대 설치해 모두 462㎿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잦은 원전 설계변경과 함께 발전비용이 처음 예상보다 50% 넘게 늘어남에 따라 2020년 이후 10개 지자체가 사업에서 빠졌다. 사업에 잔류한 26개 지자체는 사업 무산과 투자비 손실 위험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난 2월 뉴스케일파워와의 개발비 환급협약을 개정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에너지부가 지자체들에 투자비 환급을 보증할 수 있지만 전력구매 약정자를 확보하는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된다.
뉴스케일파워가 추진하는 SMR은 기존 원전을 소형화하고, 냉각 펌프가 없는 것으로 설계됐지만, 기존 원전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가압경수로’ 모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투자한 SMR로 주목받는 테라파워는 차세대 원전에 속하는 ‘소듐냉각 고속로’를 개발 중이지만, 상용화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사업이 좌초되면 뉴스케일파워에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월 상장 당시 약 10달러였던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현재 3달러대까지 떨어졌다. 뉴스케일파워 A종 보통주의 경우, IBK투자증권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이 64% 보유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CFPP 발전소에 사용될 소재 제작 계약을 맺기도 했다.
나아가 SMR에 대한 전망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뉴스케일파워는 SMR 개발·건설 비용을 총 93억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당 건설단가는 1550만달러로, 미국의 보글(1080만달러), 영국 힌클리(930만달러) 등 신규로 추진하는 대형 원전보다 오히려 높다. 보글 원전의 막대한 공사비용으로 당시 사업자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파산했다.
이번 사업이 난관에 봉착함에 따라 국내 SMR 개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원전 생태계 강화를 위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 38억7000만원에서 내년 332억8000만원으로 760%, 약 8배 늘렸다. 한국형 SMR은 170㎿ 규모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 세부설계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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