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렸는데…‘노란불’ 켜진 배터리 업체
전기차 수요 둔화에 생산 ‘감속’
LG엔솔, 테네시 공장 가동 늦춰
블루오벌SK 공장도 일정 연기
업계, 4분기 수익성 악화 전망
중저가 제품군 강화 등에 집중
지난달 30일 테슬라의 배터리 주요 공급업체인 일본 파나소닉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9월까지 일본 내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구형 고가 모델인 ‘모델 X SUV’와 ‘모델 S 세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도 물량과 생산시기 등을 미루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포드는 올해 말까지 전기차 6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년 말로 미뤘다. GM은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누적 4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철회했고, 혼다와 2027년부터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려던 계획은 백지화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7일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꽉 닫힌 상황에서 높은 전기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인프라로 수요 둔화를 불러왔다”며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 형태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에 적잖은 타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하반기를 목표로 GM과 합작으로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배터리 제조 공장의 가동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2026년으로 예정됐던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도 고객사 요청으로 생산 가동 일정이 미뤄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도 있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라인별로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온 측은 “생산 가동 시점에 대해 검토 중일 뿐 준공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며 “테네시 공장과 켄터키 1공장은 계획대로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에선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른 배터리 수익성 악화가 올해 4분기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 4분기와 내년의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4분기 매출 성장 폭은 3분기 대비 줄고, 내년 수요는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감소해 내년 매출 성장률은 올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 성장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공통된 예측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가인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주력인 국내 업계는 최근 저가형 전기차 시장 확장에 따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생산을 목표로 저가형 EV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고전압 미드 니켈(Mid-Ni) NCM을 비롯 망간 리치(Mn-Rich), LFP 배터리 등 중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제품군 강화에 나선다. 삼성SDI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또 LFP 배터리에 망간을 더해 성능을 높인 리튬망간인산철(LMFP)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원가 부담이 큰 코발트를 제외한 코발트프리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은 향상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저가형 배터리와 가격면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만큼 차별화된 중저가형 배터리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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