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대출 ‘부실화’ 우려 속 내년 국내 은행 순이익 2조원 감소 전망
대손 비용 늘고 여신 수요 감소
금융연 “디지털 경쟁력 키워야”
내년 국내 은행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대손 비용이 증가해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가계·기업의 대출부실 우려가 은행 영업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은행업에 대해 “신용 위험이 상승해 대출 공급이 축소되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대출 수요가 많지 않아 성장세 둔화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권 연구위원은 “신규 연체된 대출 비율이 상승하는 등 대손 비용 증가가 이어질 수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 기간 급증한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만기연장·이자유예 신청 종료, 부도 시 손실률(거래 상대방에 부도가 일어났을 때 금융기관이 입는 손실)이 상향할 가능성도 대손 비용을 증가시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달 말보다 0.04%포인트, 1년 전보다는 0.19%포인트 올랐다. 8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2조2000억원)은 전달(2조원)보다 2000억원 증가했다.
권 연구위원은 이 같은 이유로 내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올해 추정치인 21조6000억원보다 줄어든 19조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권 연구위원은 은행업이 이런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디지털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경영 전략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및 투자를 활성화하고 디지털 채널에 적합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고성장하는 기업금융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기업금융의 디지털 경쟁력을 증대해 지속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권 연구위원은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는 엄정한 신용평가를 통해 손실을 적시에 인식하고 차주(대출받은 사람) 스스로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유인하는 여신관리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자금 조달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핵심예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금 조달 시기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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