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쏟아진 실수…KT는 판단 미스 극복, LG는 뒷심 부족에 눈물
LG와 KT의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7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양 팀 감독 모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날씨였다.
전날(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양 팀 감독은 날씨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LG 염경염 감독은 "기온이 떨어지면 타격 파트가 가장 고민이 많아진다"면서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공격력이 살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강속구 투수를 보유한 팀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온은 8도로 올 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를 보였다. 오는 8일에는 겨울을 맞이하는 입동에 접어들어 영하권 날씨가 예상된다.
추운 날씨는 경기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몸놀림이 둔해지고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 어렵다. 이에 추위가 이번 한국시리즈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이날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 순으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케이시 켈리.
이에 맞서는 KT의 타순은 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알포드(좌익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문상철(지명타자)-박경수(2루수)-조용호(우익수) 순으로 구성됐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고영표.
예상대로 선수들은 경기 초반에 몸이 덜 풀린 모습을 보였다. 양 팀 모두 추위 탓에 1회부터 나란히 실책을 쏟아냈다.
KT의 공격으로 시작된 1회초. 선두 김상수가 중전 안타를 치고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김상수는 곧바로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때 LG 포수 박동원의 실책이 나왔다. 2루수 신민재가 박동원의 송구를 놓쳤고, 김상수는 이 틈을 타 3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김상수는 황재균의 뜬공 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LG는 곧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또한 KT의 실책에서 나온 것.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해민과 김현수가 연속 안타를 치고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오스틴의 땅볼이 2루수 방면으로 흘렀는데, KT 2루수 박경수가 유격수 김상수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KT는 병살 플레이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 동점을 내줬다. 계속된 1사 만루 위기에서는 문보경의 희생플라이로 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LG는 2회초에도 실책을 기록했다. 3루수 문보경이 선두 장성우의 땅볼 타구를 놓쳐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KT는 이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무사 1루에서 배정대가 안타를 치며 1, 2루 찬스를 만들었으나 충격적인 삼중살을 당했다.
후속 문상철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2루 주자 장성우와 함께 아웃 되는 병살 플레이가 됐다. 여기에 1루 주자 배정대가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리다 태그 아웃되면서 보기 드문 삼중살이 나왔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중살이 나온 것은 2004년 현대와 삼성의 7차전 이후 19년 만이자 역대 2번째다. 당시 삼성의 양준혁이 1회초 삼중살을 기록한 바 있다. 포스트시즌 전체로 따지면 역대 4번째다.
LG는 2 대 1로 앞선 4회초 동점을 허용한 뒤 3번째 실책으로 역전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KT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이를 놓쳐 고개를 떨궜다.
KT는 1사 1, 2루에서 장성우의 우중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1루 주자 알포드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고, 동시에 오지환의 송구 실책이 나왔다.
3루를 밟은 알포드가 충분히 홈까지 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포드는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쳤고, 뒤늦게 홈으로 쇄도하다 결국 태그 아웃됐다.
이때까지 실책은 LG(3개)가 KT(1개)보다 많았다. 하지만 KT가 결정적인 상황마다 저지른 판단 미스도 이에 못지 않게 치명적이었다.
이후에는 양 팀 모두 예열을 마친 듯 실책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좀처럼 타선이 터지지 않아 ?회까지 득점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7회초에는 KT가 바뀐 투수 이정용을 상대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으나 아쉽게 놓쳤다. 2사 1, 2루에서 박경수의 대타로 나선 김민혁이 우전 안타를 쳤고, 2루 주자 장성우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장성우가 홈에서 아웃되는 바람에 득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2 대 2로 팽팽하던 9회초 KT가 문상철의 화끈한 장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문상철은 2사 1루에서 LG의 마무리 고우석과 6구째 승부 끝에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 과정에서 좌익수 문성주가 타구를 잡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잡지 못했다. 그 사이 1루 주자 배정대가 홈을 밟았다.
뒤이어 9회말 올 시즌 최연소 홀드왕(32개)에 오른 박영현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깔끔한 삼자범퇴로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3 대 2 승리를 거둔 KT는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 74.4%(29/39)를 잡으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잠실=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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