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무너졌다’ ‘삼중살 악몽→9회 짜릿한 결승 2루타’ 문상철이 해냈다. ‘기적의 팀’ KT, LG 3-2 꺾고 1차전 승리...74.4% 우승 확률 [KS1 현장 리뷰]
[OSEN=잠실, 한용섭 기자] 기적의 팀 KT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1차전을 승리했다.
KT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LG와 1차전에서 3-2 재역전 승리를 거뒀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74.4%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었다. 1982년(1차전 무승부)과 1985년(미개최) 제외. 39차례 중 1차전 승리 팀이 29번 우승을 차지했다.
9회 2사 후 배정대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문상철이 LG 마무리 고우석 상대로 좌측 펜스를 맞는 2루타를 때려 결승점을 뽑았다. KT는 선발 고영표(6이닝)에 이어 손동현(2이닝)이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박영현(1이닝)이 1점 차 세이브를 기록했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LG는 2002년 11월 8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에 8-7로 승리한 이후 7669일 만에 승리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양 팀 선발 LG 켈리와 KT 고영표는 승패없이 물러났다. 켈리는 6⅓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고영표는 6이닝 7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LG는 선발 켈리에 이어 이정용(⅔이닝), 함덕주(1이닝), 고우석(1이닝)이 차례로 등판했다.
1차전 부담감인지 양 팀 모두 초반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1회부터 점수를 주고 받았다. LG는 4회까지 실책을 3개나 저질렀다. 포수 박동원, 3루수 문보경, 유격수 오지환이 1개씩 실책을 했다.
KT는 1회 2루수 박경수의 실책으로 대량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어 2회는 무사 1,2루에서 문상철의 희생번트 때 주루사로 인해 한국시리즈 역대 2번째 삼중살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경기 중반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고, 불펜 싸움에서 마지막 희비가 엇갈렸다.
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가운데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한국시리즈 1차전 관람을 위해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구 회장은 평소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LG 경기 관람을 위해 야구장을 찾은 적은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없다. LG가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되자 구단의 우승 숙원을 풀기 위해 부임 첫 ‘직관’을 온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초대 구단주였던 故 구본무 회장은 1994년 우승 이듬해인 1995년 그룹 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꿨다. 1998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LG 선수에게 주려고 롤렉스 시계를 사서 구단에 기증했다.
구광모 회장 역시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 등의 임원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 받을 당시 직원들과 종종 ‘직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8년 회장에 취임한 후에는 공식적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
■ 1차전 선발 투수
━
염경엽 감독은 켈리를 1차전 선발로 결정한 이유로 "페넌트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고, 시리즈를 준비하면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종을 개발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거라 생각한다. 켈리가 1차전에서 좋은 투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를 1차전 선발 투수로 발표하며 "저희야 지금 무슨 생각이 있겠습니까. 다들 고영표를 예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외의 깜짝 발표를 하려다가 순리대로 가기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켈리는 올해로 LG에서 뛴 지가 5년째다.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게 됐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지난 4년과 비교하면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2019년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 2020년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 2021년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 2022년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를 각각 기록했다.
전반기 18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로 부진했는데, 후반기 12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좋아졌다. KT 상대로도 전반기 보다 후반기에 월등히 좋아 한국시리즈 1차전 등판도 기대된다.
켈리는 올 시즌 KT 상대로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96를 기록했다. 25이닝 동안 22피안타(2피홈런) 3볼넷 19탈삼진 11실점(11자책) 피안타율 .237이었다. 개막전에서 KT를 만나 5⅓이닝 6실점 난타를 당했고, 7월 6일에는 5⅔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후반기는 14이닝 무실점이다. 9월 6일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고, 9월 27일에도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KT 타자들 중에서 켈리 상대로 강했던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졌다. 강백호는 켈리 상대로 타율 6할6푼7리(3타수 2안타) 1홈런 2루타 1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청백전 도중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인해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배정대가 켈리 상대로 7타수 4안타(타율 .571)를 기록했고, 박병호가 11타수 4안타(타율 .364) 1볼넷 3삼진으로 강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KT 타선에서 박병호, 배정대가 우리 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배정대가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일 때, 팀 분위기를 바꾸는 좋은 타격을 하고 있다. 박병호와 배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계했다.
황재균은 11타수 3안타(타율 .273) 2루타 2개를 기록했다. 김상수는 8타수 2안타(타율 .250), 알포드는 12타수 3안타(타율 .250) 1홈런 2루타 2개로 모두 장타를 기록했다. 조용호는 7타수 1안타(타율 .143), 장성우는 9타수 1안타(타율 .111), 오윤석은 4타수 무안타, 문상철은 2타수 무안타로 약했다.
켈리는 한국시리즈는 첫 등판이지만, 포스트시즌 6경기 경험이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98, 준플레이오프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54, 플레이오프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6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2.23이다.
고영표는 올 시즌 28경기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다. 174⅔이닝을 던지며 181피안타(7피홈런) 19볼넷 114탈삼진 57실점(54자책) WHIP 1.15, 피안타율 .269를 기록했다. 28경기 중 퀄리티스타트가 무려 21번으로 '고퀄스'로 불린다.
고영표는 플레이오프에서는 팀이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3차전 선발로 나와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2021년 KT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 고영표는 불펜 투수로 2홀드를 기록했다.
NC와 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를 치른 KT는 순서상 고영표가 1차전 선발을 맡았다. 쿠에바스는 지난 3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 사흘 휴식 후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벤자민은 5일 최종 5차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지난 2일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이었던 고영표가 나흘 휴식 후 한국시리즈 1차전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올 시즌 고영표는 LG 상대 성적이 안 좋았다. 4경기(선발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4월 2일 구원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5월 18일 잠실에서 4⅔이닝 8실점으로 난타당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7월 26일 수원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9월 7일 수원에서 6이닝 6실점으로 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고영표는 LG 타자들에게 피안타율이 높다. 오지환이 9타수 5안타(타율 .555) 1홈런으로 가장 강했다. 문보경은 7타수 3안타(타율 .429), 문성주가 5타수 2안타(타율 .400), 박해민이 8타수 3안타(타율 .375), 오스틴이 9타수 3안타(타율 .333), 김현수가 9타수 3안타(타율 .333)를 기록했다.
박동원은 9타수 2안타(타율 .222) 2루타 1개, 홍창기는 10타수 2안타(타율 .200) 2루타 2개, 신민재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백업 김민성이 3타수 2안타(타율 .667)를 기록했다.
━
■ LG 라인업. 염경엽 감독 "차분하고 침착하게"
━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라인업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LG는 1차전 선발 라인업으로 홍창기(우익수) 박해민(중견수) 김현수(지명타자) 오스틴(1루수) 오지환(유격수) 문보경(3루수) 박동원(포수) 문성주(우익수) 신민재(2루수)을 내세웠다. 선발 투수는 에이스 켈리.
염경엽 감독은 합숙 훈련 마지막에 선발 라인업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1차전 KT 선발 투수가 좌완이든 우완이든 좌타자들이 주축인 주전들이 시즌 때처럼 그대로 출장한다고 밝혔다.
상대 선발 고영표에 대해 "정규시즌 잘 공략했는데 포스트시즌에도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우리는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 어느 한국시리즈보다 오늘 1차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작은 실책과 볼넷 하나로 경기 흐름이 바뀐다. 지금 우리 선수들은 정말 간절하고, 열정이 불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실책을 할 수 있고, 주루사가 나올 수 있다. 선수들에게 하나하나씩 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다들 의욕이 넘쳐서, 나는 차분하게 하라, 침착하게 하라고 분위기를 가져가는 것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 켈리 교체 시점에 대해서는 "실점보다 투구 내용이 중요하다. 실점 보다 내용에 따라서 바꿀 것이다. 실점하더라도 실책이나 빗맞은 안타를 주면…. 타자들과 싸움에서 이기면서 내용이 안 좋으면 계속 끌고 간다. 타자들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고 그러면 점수를 안 줘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선발을 돌리는데 다 똑같다. 점수를 안 줘도 정확하게 (배팅)타이밍이 맞아가면 교체하고, 점수를 주더라도 타자들 타이밍이 안 맞으면 내용이 나쁘지 않으면 끌고 갈 거다. 선발 투수의 교체는 그걸 포인트로 보면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톱타자 홍창기를 비롯해 무사에 주자가 나갈 경우 번트, 런앤히트, 도루 등을 많이 고민했다. 그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도루, 번트, 앤드런 3가지를 두고 일주일 동안 고민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2번 박해민의 타격감이 좋아서 더 고민거리. 염 감독은 "(타격감이) 나쁘면 번트를 하면 편한데, 박해민이 연습 경기에서도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다. 번트를 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선취점이 중요하다. 선취점을 따면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도루를 하다가 아웃되면 분위기를 내줄 수 있다. 야구는 흐름이 50% 이상을 좌지우지한다. 단기전에서는 흐름 싸움이 중요하다. 흐름이 끊길 수도 있고, 가져올 수도 있는 게 홈런 다음으로 도루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취점에 이어 첫 승 목표를 이루면 우리 타자들이 부담을 떨쳐낼 것이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전날(6일) 미디어데이에서도 '뛰는 야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는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인 면도 다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면서 "한국시리즈에서는 성공 확률이 높은 방향에 맞춰 신중한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 후반 3루수 문보경을 1루수로 옮길 뜻을 보였다. 문보경은 마지막 청백전에서 경기 도중 3루에서 1루로 옮겨 뛰었다.
염 감독은 "수비 강화 및 문보경의 3루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 결정적인 어려운 타구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은 3루 수비에서 가끔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다.
━
■ KT 라인업, 이강철 감독 "선발이 최소 5이닝 던져야"
━
KT는 선발 라인업으로 김상수(유격수) 황재균(3루수) 앤서니 알포드(좌익수) 박병호(1루수) 장성우(포수) 배정대(중견수) 문상철(지명타자) 박경수(2루수) 조용호(우익수)로 내세웠다. 선발 투수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
배정대가 8번에서 6번으로 올라왔고, 박경수가 다시 선발로 나왔다. 이강철 KT 감독은 "영표가 던질 때 경수가 2루로 나간다. 상대가 좌타자가 많아서 2루 수비를 강화했다. 2루쪽 땅볼이 많이 나올거라 경수가 나간다. 3일 쉬었으니 몸 상태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배정대의 타순 상승에 대해서는 "6번으로 올렸는데, 잘쳐서 올렸다. 2번도 생각을 했는데, 재균이가 2번에서 잘 치고 있고, (정대를) 2번에 올리면 괜히 부담을 줄까 6번에 냈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가 사흘을 쉬고 왔으니 컨디션은 좋지 않을까 싶다. 영표에게 따로 얘기한 것은 없다.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나고 안 봤다"며 "영표가 지난해 마지막부터 LG에 좀 당했다. 본인도 좀 생각해둔 게 있지 않을까. 굳이 내가 말해주는 것보다는 성우와 같이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2차전 이후 선발 투수를 묻는 질문에 이 감독은 에둘러 밝혔다. 그는 "4차전 경기는 불펜 데이로 한다"고 공개했다. 고영표-쿠에바스-벤자민 순서로 1~3차전을 치른다. 4차전 불펜데이, 5~7차전에 다시 고영표-쿠에바스-벤자민 순서다. 선발이 가능한 배제성이나 엄상백은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용한다.
이 감독은 "오늘 선발로 엄상백을 쓰는 것도 생각해봤다. 그러면 (고영표, 쿠에바스, 벤자민) 선발들이 5일 쉬고 2~4차전에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벤자민을 한 번 밖에 못 쓴다"며 "4차전을 불펜 데이로 할 생각이다.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불펜들이 짧게 끊어서 던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발이 최소 5이닝, 6이닝 정도 던져주면 좋겠다. 어린 선수들 기가 살아 있어서 손동현과 박영현이 중간에서 막아줄 수 있다. 저쪽 불펜이 좋은데, 경험이 적어서, 시즌 때처럼 똑같이 던질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
■ KT의 선취점
━
양 팀 선발의 무게감을 봤을 때, 초반 투수전이 예상됐으나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결과는 달랐다.
KT는 1회초 톱타자 김상수가 3볼에서 스트라이크를 하나 쳐다봤고, 5구째 146km 직구를 때려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무사 1루에서 황재균 타석에서 초구 헛스윙을 했다. 1루주자 김상수가 바로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박동원의 2루 송구가 원바운드로 됐고, 신민재의 글러브에 맞고서 외야로 튕겼다.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굴러가면서, 김상수가 재빨리 일어나서 3루까지 내달렸다. 우익수의 3루 송구에 앞서 여유있게 세이프 됐다. 송구 실책으로 무사 3루 찬스가 됐다.
황재균은 2스트라이크에서 파울 3개를 때린 후 6구째 유격수 앞 느린 땅볼을 때렸다. LG 내야는 1점을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잡는 정상 수비를 했고, 3루주자가 홈으로 뛰었다. 유격수 오지환이 1루로 송구해서 아웃을 잡았다. 황재균은 1루 베이스를 밟기 전에 아웃이 됐지만,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만족했다.
이후 LG 선발 켈리는 알포드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이어 박병호도 137km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이닝을 마쳤다.
━
■ 1회말, LG의 역전
━
LG는 합숙 훈련 기간에 연습경기 2회, 청백전 4회로 실전 경기 공백을 메우고자 했다. 3주 넘게 쉰 공백으로 보통 한국시리즈 직행 팀은 1차전 초반 타격에서 고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LG는 달랐다.
1회말 곧바로 반격했다. 톱타자 홍창기가 초구를 때려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박해민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현수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뚫는 우전 안타를 때렸다. 발빠른 박해민이 1루에서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1,3루 찬스. 오스틴의 타구는 2루수쪽 땅볼, 2루수 박경수가 정면으로 날아온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하고 앞으로 떨어뜨렸다. 원바운드 강습 타구이긴 했으나 정면이었다. 잡았어야했다. 문제는 그 이후 또 생겼다. 박경수가 2루로 글러브 토스를 했는데, 김상수가 맨손으로 잡으려다 떨어뜨렸다. 3루 주자가 득점했고, 주자들은 모두 세이프. 1사 1,2루 찬스가 이어졌다.
오지환이 우전 안타를 때려 1사 만루 찬스로 연결했다. 우익수 앞 짧은 안타로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췄다. 오스틴이 2루를 오버런 해 넘어지면서, 홈으로 송구가 가지 않고 중간에 커트가 됐더라면 자칫 협살에 걸려 아웃될 뻔 했다. 1사 만루에서 문보경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1로 역전시켰다.
━
■ KT의 운수 없는 날, 삼중살
━
KT는 1-2로 뒤진 2회초 반격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장성우의 땅볼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공을 더듬는 포구 실책을 했다. 발이 느린 장성우였지만 전력 질주해서 1루에서 세이프됐다. 후속타자 배정대가 초구를 공략해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KT는 문상철에게 희생 번트 작전을 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문상철은 한 차례 번트 실패를 한 적이 있다. 문상철은 초구에 번트를 댔는데, 타구는 멀리 굴러가지 못하고 포수 바로 앞에 떨어졌다. 100% 번트 수비를 한 LG 내야진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포수 박동원이 공을 잡아서 재빨리 3루로 던졌다. 3루 베이스에 커버 들어간 유격수 오지환이 잡아서 포스 아웃, 이어 러닝 스로로 1루로 던져서 타자주자까지 더블 아웃을 성공했다.
이 때 3루가 잠시 비어 있는 것을 본 배정대가 2루를 거쳐 3루로 달렸다. 1루 베이스 커버를 했던 2루수 신민재가 빠르게 3루로 송구했고, 번트 수비를 마치고 3루로 돌아간 3루수 문보경이 잡아서 배정대를 태그했다.
3루 베이스 가까이 있던 3루심 박종철이 선수들과 충돌을 피하느라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판정이 지연됐지만, 이내 아웃을 선언했다. 태그 아웃을 시킨 문보경을 비롯한 LG 내야수들은 펄쩍펄쩍 뛰면서 삼중살을 자축했다. KT는 무사 1, 2루 찬스에서 번트 실패에 이어 주루사로 이닝이 순식간에 종료됐다.
19년 만에 나온 한국시리즈 역대 2호 삼중살이다. 2004년 10월 29일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현대 유니콘스가 삼성 라이온즈 양준혁을 상대로 1회초 한국시리즈 최초 삼중살을 기록했다.
━
■ 소강 상태
━
삼중살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LG는 2회 1사 후 신민재가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톱타자 홍창기는 또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도루 2위 신민재는 도루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박해민은 초구에 고영표의 몸쪽 공에 맞았다. 2사 1,2루 찬스로 연결했다. 김현수의 타구는 1루수 땅볼, 1루수 박병호가 잡아서 직접 베이스를 밟아 이닝을 종료시켰다.
KT는 3회 하위타순에서 물꼬를 열지 못했다. 8번 박경수가 유격수 땅볼 아웃, 9번 조용호도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김상수는 3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땅볼 강습 타구를 3루수 문보경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냈고, 1루로 던져 이닝을 종료시켰다. 문보경은 2회 삼중살 플레이에 이어 또 한 번 포효했다.
LG도 3회말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선두타자 오스틴은 투수 땅볼 아웃, 오지환은 1루수 직선타 아웃, 문보경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고영표의 제구가 조금 안정됐다.
━
■ KT의 반격, 2-2 동점
━
KT는 1-2로 뒤진 4회초 다시 반격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켈리와 9구 접전을 펼치며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어 알포드도 5구째 볼넷으로 출루했다.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박병호가 1회에 이어 또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3구삼진. 커브, 투심, 직구에 3번 연속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1사 1,2루에서 장성우가 우중간 안타를 때렸다. 2루 주자 황재균이 3루를 돌아 홈을 밟아 2-2 동점에 성공했다.
그런데 1루 주자 알포드가 문제였다. 3루까지 진루한 알포드는 3루 주루코치의 지시로 홈까지 뛰었다. 우익수에 이어 유격수 오지환이 홈으로 던진 것이 악송구 옆으로 빗나갔는데, 뒤에 백업으로 있던 투수 켈리가 잡았다. 그러자 주루코치가 멈춤 사인을 내면서 알포드가 중간에 멈췄다. 3
켈리가 포수에게 던진 공이 또 빗나가면서 3루로 돌아가던 알포드는 다시 홈으로 뛰었다. 그러나 타이밍이 늦었다. 포수 박동원이 재빨리 달려가 공을 잡았고, 홈으로 백업 들어온 1루수 오스틴에게 던져 알포드가 태그 아웃됐다. 좋은 역전 찬스를 주루사로 놓쳤다. 2아웃이 됐고, 2사 1루에서 배정대는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
■ 켈리도, 고영표도, 6회까지 나란히 2실점
━
LG는 4회말 선두타자 박동원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이번에는 LG의 희생번트 차례. 그런데 번트에 약한 문성주 타석이었다. 초구 번트는 헛스윙이 됐고, 2구째는 번트 파울이 됐다. 작전 실패.
문성주의 유격수 땅볼 때 선행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고, 1사 1루가 됐다. 신민재 타석에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런앤히트 작전이 나왔다. 신민재가 툭 갖다댄 타구는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는 좌전 안타가 됐다. 런앤히트로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 문성주는 3루까지 내달렸다.
1사 1,3루 찬스. 그러나 출루율 1위 홍창기의 방망이가 계속 침묵했다. 홍창기의 타구는 1루수 정면 땅볼이 됐다. 1루수 박병호가 잡고서 3루 주자를 견제하며 1루를 밟아 아웃시켰다. 1루 주자는 2루로 진루, 2사 2,3루 찬스가 이어졌다. 박해민이 풀카운트에서 8구째 고영표의 111km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찬스를 놓쳤다.
5회초 KT는 문상철이 삼진, 박경수가 우익수 뜬공 아웃, 조용호는 8구째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말 LG는 징검 다리 안타를 쳤지만 득점과는 연결되지 못했다. 선두타자 김현수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오스틴이 중전 안타로 한국시리즈 개인 첫 안타를 기록했다. 오지환의 타구는 우익수 뜬공 아웃. 2사 후 문보경이 좌전 안타를 때려 1,2루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그러나 박동원이 3구삼진, 114km 체인지업에 헛스윙하며 돌아섰다.
6회도 양 팀 타선은 침묵했다. 6회초 LG 야수들의 호수비가 잇따라 나왔다. KT는 선두타자 김상수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1사 후 황재균의 타구는 2루 베이스 쪽으로 안타성 타구였다.
그러나 2루수 신민재가 따라가 밴트 레그 슬라이딩을 하면서 역모션으로 잡아서, 재빨리 1루로 던져 정확한 송구로 아웃시켰다. 평소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 못지 않은 슈퍼 캐치였다.
이어 알포드가 좌측 폴 앞의 선상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좌익수 문성주가 먼 거리를 달려와서 마지막에 펜스 앞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잡아냈다. 마운드 위의 켈리는 두 손을 들어올려 문성주의 슈퍼 캐치에 환호했다.
6회말 LG는 공격도 삼자범퇴로 끝났다. 호수비를 펼친 문성주의 타구는 우익수 뜬공 아웃이 됐다. 신민재의 타구는 투수 고영표에게 잡히는 땅볼, 1루에서 아웃됐다. 2사 후 홍창기는 2스트라이크에서 4구 연속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상대했고, 6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
■ 7회초 대타 김민혁의 안타, 홍창기의 홈 보살
━
6회까지 84구를 던진 LG 선발 켈리는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박병호를 1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1사 후 장성우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LG 벤치는 켈리를 교체했다. 2번째 투수는 이정용이 올라왔다. 정규 시즌 6월부터 선발로 전환한 이정용이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시 불펜으로 뛴다.
이정용은 첫 타자 배정대를 7구째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2루에서 문상철을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박경수 타석에서 대타 김민혁이 등장했다. 플레이오프 5차전 0-2로 뒤진 5회 1사 1,3루에서 대타로 나와 동점 2타점 2루타를 때린 김민혁이었다.
김민혁은 이정용의 초구를 때려 1~2루 사이를 빠지는 우전 안타를 때렸다. 2루 주자 장성우가 홈으로 대시, 우익수 홍창기는 홈으로 낮게 송구했다. 크로스 타이밍. 박기택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고, KT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장성우가 박동원의 태그를 피하며 슬라이딩을 한 듯 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원심 그대로 아웃이 유지됐다.
━
■ 불펜 싸움
━
KT도 7회말 불펜을 가동했다. 고영표가 내려가고, 플레이오프 MVP 손동현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7회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린 김민혁이 빠지고 2루수 신본기가 출장했다.
손동현은 첫 타자 박해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을 잡고, 김현수는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구째 145km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손동현은 오스틴도 145km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고 삼자범퇴로 끝냈다.
8회초 LG는 좌완 함덕주가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조용호를 1루수 땅볼로 아웃을 잡고, 김상수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2사 후 황재균에게 투수 옆을 빠져 나가는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2사 1루에서 알포드와 승부, 풀카운트에서 6구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KT는 8회말 손동현이 멀티 이닝에 나섰다. 첫 타자 오지환을 3루수 뜬공 아웃, 문보경은 중견수 뜬공으로 2아웃을 잡았다. 박동원은 2루수 뜬공으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2이닝 6타자 퍼펙트 피칭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을 6경기째(9이닝) 이어갔다.
━
■ 9회 희비. 고우석이 무너졌다. 문상철이 해냈다
━
LG는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말 공격인 홈팀은 동점일 때 9회초에 마무리를 미리 투입해서 막고 끝내기를 노리는 투수 운영을 하는 편이다.
고우석은 첫 타자 박병호를 상대로 154km 직구 2개가 연거푸 볼이 되자, 4구째 147km 커터로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장성우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153km 힘있는 직구로 좌익수 뜬공 아웃을 잡았다.
배정대 상대로 최고 155km 직구를 던졌으나 제구가 흔들려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9구째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루에서 문상철 상대로 6구째 133km 커브를 던졌고, 문상철이 힘껏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좌측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오는 장타가 됐다. 앞서 6회 슈퍼 캐치를 선보인 좌익수 문성주가 펜스에 기대 점프 캐치를 시도했으나 잡지 못했다.
KT는 1루 주자 배정대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와 3-2로 역전시켰다. 좌익수에 이어 유격수가 홈으로 던진 송구가 뒤로 빠지는 실책이 되면서 문상철은 2루에서 3루까지 진루했다. KT는 홈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 3루타로 인정됐다.
KT는 9회말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라 문성주를 투수 땅볼, 신민재를 2루수 땅볼, 홍창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승리를 지켜냈다.
■ 염경엽 감독 일문일답
-경기 총평은.
1차전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어쩔 수 없다.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다 자기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타선에서 이후 잔루가 많으면서 추가점 못 뽑았던 것들이 오늘 경기 어렵게 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경기 감각은 나쁘지 않은 거 같아서 내일 기대하고 있다.
-홍창기 활약이 아쉬웠다.
이제 첫 경기가 끝났다. 내일 잘해줄 것이다. 타선도 그대로 간다.
-실책이 많은 경기였다.
실점과 크게 연결된 부분이 없었다. 안 던져야 할 공을 던지면서 실책이 일어났다. 내일 경기도 충분히 커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신경쓰지 않는다.
-추위 영향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안 추웠다. 경기하는 데 크게 지장 없었다.
-LG 팬들이 정말 많이 왔다.
오늘 많은 팬들이 찾아와주셨는데 이기는 경기 못 보여드려서 죄송하다. 내일 경기 분명히 잘해서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잘하겠다.
-고우석 구위는 어떤가.
몸 상태는 괜찮다. 실투 하나를 문상철이 잘 쳤는데 아쉬운 건 직구 구위가 나쁘지 않은데 실투가 나왔다.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부상 걱정 많이 했는데 계속 우리 마무리로 다음 경기 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 이강철 감독 일문일답
-경기 총평은.
오늘 경기는 사실 초반 빠르게 승기 가져와서 여유로운 경기 될 수 있었는데 1~2개 실수 나오면서 끌려갈 수 있는 경기를 고영표가 위기관리능력 발휘하면서 너무 좋은 투구해줬다. 손동현이 2이닝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4회 2사 후 고영표 풀카운트 승부가 포인트였다. 장성우의 영리한 볼배합으로 그 위기 넘기면서 끝까지 갈 수 있었다. 문상철 장타로 승리할 수 있었다.
-7회 대타 교체 상황은.
김민혁을 먼저 쓰려고 했는데 그 뒤에도 타선이 안 좋아서 문상철을 쓰고 김민혁을 썼다. 문상철 남겨놓은 게 결과적으로 승리로 이어졌다.
-문상철 번트가 삼중살이 됐다.
거기서 누가 번트 사인 내겠나. 본인이 의외로 역으로 한 거 같은데 그 때 분위기가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이닝부터 고영표 잘 막아주면서 승기를 안 넘겨줬다. 졌으면 내가 냈다고 하려고 했다. 문상철이 잘해서 충격 안 받을 것 같다.
-9회 김재윤이 아닌 박영현을 투입했다.
처음부터 구상했고 타선 맞게끔 생각했다. 이제 고정 마무리 없이 가려고 한다. 오늘은 연장까지 생각해야 했다. 김재윤을 뒤에 남겨놨다.
-9회 문상철 대타 교체는 고민 안 했나.
문상철이 고우석 상대 3타수 3안타다. 배정대만 나가면 찬스라고 생각했다.
-2차전 준비는.
오늘 고영표가 다르게 생각하고 들어간 것 같다. 초반 위기 잘 극복했다. 쿠에바스도 많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여러 이야기를 해놨다. 기대가 된다. 어차피 쿠에바스를 믿고 가야한다.
-장성우의 공수 활약이 돋보이는데.
장성우만 쓰고 있다. 뺄 수가 없다. 공격은 공격, 수비는 수비, 볼배합은 볼배합 다 잘해주고 있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
━
■ LG, 29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
━
LG는 올 시즌 86승 2무 56패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건 1990년과 1994년 그리고 올해가 3번째다. 무려 29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게 됐다.
시즌 초반 투수진이 불안했다. 고우석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으로 출전했다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반 공백이 있었다. 불펜 필승조 정우영과 이정용이 지난해와 달리 부진했다. 1선발 켈리도 기복있는 피칭으로 예년과 달랐다. 젊은 선발 김윤식과 이민호도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투수진 뎁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메워나갔다. 임찬규와 이정용을 선발로 전환시켜서 해결해 나갔다. 불펜에는 지난 2년간 부상으로 부진한 함덕주와 신예 백승현, 유영찬 그리고 신인 박명근이 새로운 필승조로 활약했다.
LG는 지난 6월 27일 1위로 올라선 이후로 1위 자리를 뺏기지 않고 시즌 끝까지 지켜냈다. 후반기 선발과 불펜, 타선이 조화를 이루며 이렇다할 위기가 없었다. LG는 10월 3일 NC와 KT가 나란히 패배하면서, 매직넘버가 사라졌고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LG는 정규 시즌을 마친 뒤 지난달 19일부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 훈련을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잠실구장으로 옮겨서 훈련을 이어갔다. 10월 31일과 11월 1일 상무와 2차례 연습경기를 했고, 청백전 포함 6차례 평가전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
■ KT, 마법같은 여정... -14에서 +17 그리고 리버스 스윕
━
KT는 올해 기적같은 시즌을 만들었다. 시즌 초반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최하위까지 처졌지만 정규 시즌 2위로 마치는 극적인 시즌을 보냈다. KT는 6월 2일 승패 마진이 '-14'로 최하위였다. 가장 바닥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부상자들이 돌아와서 제대로 전력을 꾸릴 때를 기다렸고, 특유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부상자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고, 대체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가 다시 팀에 합류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6월부터 반등하며 순위표를 하나씩 올라섰다. 6월 15승 8패로 월간 1위를 기록했고, 7월 13승 6패, 8월에는 19승 4패(승률 .826)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마침내 KT는 +14로 마법같은 여정으로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3-2로 역전승을 더두며 시리즈 성적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1~2차전을 패배, 벼랑 끝에 몰렸으나 3~5차전을 내리 승리하면서 정규 시즌의 압축판 같았다.
KT는 기적같은 리버스 스윕으로 2021년 통합 우승 이후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NC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과 2차전에서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 쿠에바스와 벤자민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지만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창원으로 이동해 3차전과 4차전에 승리한 뒤 5차전에서 0-2로 끌려가다 3-2로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차지했다. '패패승승승'은 플레이오프 역대 3번째 진기록이다. 1996년 현대, 2009년 SK 이후 KT는 14년 만에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
■ 관전포인트와 경계포인트
━
한국시리즈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LG의 '뛰는 야구'와 KT의 견제가 될 것이다. 양 팀 사령탑은 6일 미디어데이에서 LG의 기동력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염경엽 감독은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는 경기 자체도 분위기도 다르다. 전략적인 면도 정규 시즌과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정규 시즌에는 조금 과감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주루플레이를 했다면, 한국시리즈 에서는 조금 더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도루가 이뤄질 것이다. 전체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쓰면서 경기에 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플레이오프 때도 보셨겠지만, 저희 포수 장성우의 도루 저지 능력이 좋다. 정규 시즌과 가을야구는 전혀 다를 것이다. 저희는 장성우만 믿고 간다"며 신뢰를 보냈다. 도루에 대한 특별한 대비책은 없다. 선수들을 믿는다.
LG는 KT의 선발, KT는 LG의 불펜을 경계했다. 상대팀의 경계해야 할 포인트를 묻자 염 감독은 “KT를 상대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선발이다. 선발을 얼마나 빨리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이번 한국시리즈 승리하기 위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또 염 감독은 “KT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확실한 승리조를 한 명(손동현) 만들어 3명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을 공략하지 못하면 경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KT는 홀드왕 박영현, 3년 연속 30세이브 김재윤에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를 차지한 손동현이 확실한 필승조로 가세했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는 5전3선승제라 단기전으로 생각했다. 한국시리즈는 7전4선승제라 섣불리 퀵후크는 하기 어렵다. 우리 중간이 좋다고 해도 LG 타선이 막강해서 우리 불펜이 큰 재미를 못 봤다. (필승조) 3~4명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선발진을 최대한 갈 수 있는데까지 가려고 생각한다. 선발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감독은 “LG 마운드는 선발이 좀 약해 보일 수 있지만 필승조 자원이 7~8명이나 된다. 우리가 LG 선발을 빨리 무너뜨리기보다 선발을 길게 버티게 하면서 그 선발에게서 점수를 뽑고 뒤에 불펜 상대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합숙 훈련 기간에 1차전 켈리, 2차전 최원태, 3차전 임찬규, 4차전 김윤식으로 선발 투수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염 감독은 "우선적으로 우리 4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선발들이 안 좋았을 때는 우리는 중간에서 키포인트는 정우영, 이정용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용을 +1으로 사용해서, 선발 안 좋을 때 빨리 교체할 상황이 만들어질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즈 경험은 부족하지만 유영찬 백승현, 고참인 함덕주를 비롯해서 새로운 필승조들이 시리즈에서 자기 역할을 해준다면 경기 운영에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