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두목의 살인, 3억 5천만 원 공탁해 4년 감형

김소영,이형관 2023. 11. 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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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살인이나 폭력, 성범죄 등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 '형사공탁'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이 공탁금을 피해자를 위한 피해 회복의 노력으로 간주해 양형 판단에 참작하게 되는데요.

지난해 12월 개정된 공탁법이 시행된 이후, 일부 피해자들은 고통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KBS창원이 마련한 '형사공탁' 심층 기획 보도, 첫 순서로 김소영, 이형관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형사 법정에는 피해자의 자리가 없습니다.

검찰과 피고인이 당사자인 이 재판에서 피해자는 제3자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방청석 어딘가에 앉아 있었을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피고인이 자신들을 향해 건넨 돈,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이 돈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형사공탁특례' 때문인데요.

KBS는 '형사공탁특례'가 악용되는 실태를 심층 추적했습니다.

원치 않는 형사공탁으로 피고인이 감형을 받고, 피해자가 재판 결과로 인해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 과연 사법 정의에 부합하는지를 묻기 위해섭니다.

이어서 이형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피해자들, 사법 정의를 묻다

2000년대 초, 밀양을 중심으로 한 최대 폭력조직 '신동방파'.

농촌 마을에 도박장을 개설해 농민들을 감금·폭행하고, 불법 채권 추심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시 구속된 30대 최 모씨.

이후 두목 자리에 올라 경찰의 특별관리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수사 경찰/음성변조 : "복싱인가, 무슨 운동을 했어요. 그 당시에. 동방파에 몸담고 있는 애들 중에서도 많이 거친 상대였죠."]

18년이 흐른 지난해 4월, 밀양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50대 남성이 지인과 술을 마시다, 4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것입니다.

[KBS 뉴스7 경남/지난해 4월 19일 : "술을 마시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구속했습니다."]

범인은 전 신동방파 두목 최 씨.

'말대꾸했다'는 사소한 이유였습니다.

부검 결과, 피해자 목과 등, 어깨에서 흉기에 찔린 상처가 7곳 발견됐고, 가슴 상처 깊이는 12cm로 나타났습니다.

[조만진/밀양경찰서 수사과장 : "피의자는 현장에서 피해자가 자해했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지만, 끈질기게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살인의 고의성이 있는 범죄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최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씨의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폭력 전과만 스무 차례가 넘는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4년을 줄여, 징역 13년을 선고했습니다.

선고 6일 전, 최 씨가 숨진 피해자 앞으로 '형사공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씨가 법원에 맡긴 공탁금 3억 5천만 원을 양형상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습니다.

피해 유족은 선고 당일에야 '형사공탁' 사실을 알았습니다.

[김슬아/변호사·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 "2심 판결문 내용을 보면, 1심 (재판부) 판단을 대부분 수긍하고 인정하면서, 양형 부분에서 유리하게 공탁을 했다는 사실과 금액을 들면서 감경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든이 넘는 노모를 비롯해, 피해 유족들이 제출한 탄원서만 모두 80여 건.

하지만 최 씨가 일방적으로 건넨 공탁금 앞에서 엄벌 탄원은 소용이 없었습니다.

[피해 유족/음성변조 : "(판결 이유로) 적지 않은 3억 5천만 원(공탁금)을 얘기해서, 제가 따졌어요. 아니, 당신(판사님)은 그렇게 돈이 없냐고…."]

최 씨는 항소심 선고 일주일 뒤, 양형 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했고, 피해 유족이 대검에 진정을 넣자 돌연 상고를 취하했습니다.

현재 피해자가 운영했던 작은 카페는 문을 닫았고, 피해자의 딸은 다니던 대학까지 그만뒀습니다.

[피해 유족/음성변조 : "억울한 일 당하고도 어떻게 해주지도 못하고, 더 당하는 것밖에 못 하니까. 그냥 우리가 죄인인거죠."]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그래픽:조지영·박수홍·김신아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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