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간 된 지하철…안전인력 확충을”

강은·이예슬 기자 2023. 11. 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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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서 사망한 김모군을 추모하며… ‘공공교통 다크투어’ 참가자들이 7일 2016년 김모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서울교통공사의 안전인력 감축 계획에 항의하는 의미로 구의역~신당역~이태원역~신길역을 순회하는 다크투어를 진행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노조·참사 유가족 등 30여명
구의·신당·이태원·신길역서
‘공공교통 다크투어’ 순회 개최
서울시·공사 인력감축안 비판
공공운수노조 9일 파업 앞서
“참사 공통점은 ‘지하철 안전’
위험 외주화 중단하라” 촉구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 흰 국화꽃 16송이가 놓였다. 7년 전인 2016년 5월 현장실습생 김모군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곳이다.

“(김군이 사망하기) 몇년 전에도 지하철 안전인력을 외주화하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1985년부터 36년간 서울지하철에서 일했다는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개찰구로 내려와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민영화 저지 공공성 강화 시민사회공동행동’과 함께 지하철 구의역에서 중구 신당역, 용산구 이태원역, 영등포구 신길역 구간으로 이어지는 ‘공공교통 다크투어’를 진행했다. 다크투어는 재난이나 전쟁 발생 등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찾아 성찰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7시간가량 이어진 여정에는 노조와 시민단체 활동가, 참사 유가족 등 약 30명이 참석했다.

구의역 승강장에서 출발한 이들은 신당·이태원·신길역에 도착할 때도 매번 국화꽃을 놓고 묵념했다. 지난해 9월14일 신당역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가 직장 동료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10월29일에는 이태원역 인근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수만명이 통제되지 않은 채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2017년 10월20일 신길역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던 장애인 한경덕씨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투어에 참석한 이들은 서로 달라 보이는 네 참사에 ‘지하철 안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허유경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안전해야 할 지하철은 공포의 공간, 죽음의 공간이 됐다”면서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인데도 사고 후 직원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거나 마치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책임인 것처럼 얘기되곤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내부 혹은 인근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2인1조 근무 원칙 등을 통해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9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2026년까지 일부 인력을 외주화해 2200여명(정원의 13.5%)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만성적 적자를 해결하고 ‘경영 혁신’을 추진한다는 이유였다.

양한웅 시민사회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안전인력을 줄여 적자를 메꾸겠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면서 “노동자를 줄이고 이를 외주화하면 어떻게 시민 안전이 확보되겠나”라고 말했다. 신당역 10번 출구 앞 발언대에 선 이수정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도 “(신당역 살인의 경우도) 2인1조 근무가 이뤄졌다면 위급 상황에 바로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비용을 줄이려고만 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도 지하철 안전인력을 확보하라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희생자 이상은씨의 어머니 강선이씨(53)는 “참사 후에 많은 시민에게 위로와 도움을 받으면서 지하철에서 희생된 분들의 아픔에 연대하고 싶었다”고 했다. 강씨는 “참사 당시 이태원역에서 무정차 통과가 이뤄졌다면 사고가 난 길목으로 사람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 텐데 왜 그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의문”이라며 “근본적으로 이태원 참사도 지하철 안전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투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공사의 업무 외주화를 통한 안전인력 감축은 7년 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고를 망각한 ‘위험의 외주화’로의 역행”이라며 “신당역 스토킹 살인, 이태원 참사,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 등을 통해 (제기된) 시민과 노동자 안전을 위한 지하철 안전인력 충원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공사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9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강은·이예슬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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