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억년 동안 빨아들였다…‘우주 최고령’ 블랙홀 발견
빅뱅 후 4억7000만년 뒤 생성
태양의 1억배…‘초거대’ 질량
나이가 무려 ‘132억살’인 블랙홀이 우주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블랙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관측소 소속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은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을 통해 우주가 시작된 대폭발 현상인 ‘빅뱅’ 이후 4억7000만년 만에 형성된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빅뱅은 137억년 전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은 132억년 전 생긴 셈이다. 천문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블랙홀이다. 블랙홀은 태양보다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한 뒤 덩치가 쭈그러들며 남은 천체다. 중력이 워낙 강해 주변 물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블랙홀의 중력은 시간 흐름도 지연시킨다.
연구진은 이번 블랙홀을 X선 감지에 특화된 찬드라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했다. 찬드라 우주망원경은 199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했으며, 지구에서 최대 13만㎞ 떨어진 우주에 떠 있다.
이번 발견에는 인간이 만든 망원경뿐만 아니라 우주의 자연적인 도움도 큰 몫을 했다. 바로 ‘중력 렌즈’다. 중력 렌즈는 강력한 중력을 가진 천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리면서 일종의 돋보기 역할을 하는 현상이다.
NA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지구에서 35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벨 2744’ 은하가 중력 렌즈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찬드라 우주망원경과 아벨 2744 은하, 그리고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을 품은 UHZ1 은하가 일직선에 놓인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UHZ1 은하 속 블랙홀에서 나오는 X선이 아벨 2744를 통과하며 원래 세기보다 4배 증폭됐다.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의 특징은 또 있다. 엄청난 질량이다. 태양의 최대 1억배다. 이번 블랙홀은 자신이 속한 은하의 전체 별과 비슷한 질량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일반적인 은하는 다르다. 은하 중심 블랙홀 질량이 은하 속 별 전체 질량의 0.1%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보다 2900만년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블랙홀도 분석 중이다.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발견했는데, 향후 X선 관측으로 정확한 형성 시기를 확인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가장 오래된 블랙홀’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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