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설’ 짐 켈러 “오픈소스, 차세대 기술 개발 혁명 일으킬 것”
“지난 40년간 기술 영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발전이 ‘개방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입니다. 소프트웨어도, 인공지능(AI) 모델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제품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사진)는 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켈러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설계 전문가다. 미국 AMD에서 ‘젠(Zen) 아키텍처’를 개발했으며,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작에도 관여했다. 2021년 AI 칩과 프로세서 등을 개발하는 팹리스(설계) 기업 텐스토렌트 CEO로 취임했다.
텐스토렌트는 ‘RISC-V’(리스크파이브)라는 명령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설계한다. 일종의 ‘설계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대표적인 명령어 집합으로는 인텔 ‘x86’과 암(ARM)의 ‘ARM’이 있는데, 라이선스 비용만 설계 하나당 수백만달러에 이를 만큼 비싸다.
반면 RISC-V는 로열티 없이 무료 개방돼 있다. 누구나 이를 바탕으로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제조·판매할 수 있는 ‘오픈소스’(무상 소스코드 혹은 소프트웨어)다. 텐스토렌트는 이 방식을 활용해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제조한다.
켈러 CEO는 RISC-V를 비롯한 모든 오픈소스의 강력한 옹호자로 알려져 있다. 켈러 CEO는 “RISC-V는 높은 성능의 AI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암·인텔의 생태계에서는 무언가를 수정하거나 발전시키기 어렵지만 RISC-V에서는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AI 칩 설계가 점점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픈소스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켈러 CEO는 “텐스토렌트도 오픈소스를 통해 ‘부다 소프트웨어 스택’ 같은 자체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픈소스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도 참여했던 켈러 CEO는 ‘챗GPT가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당장 오늘날은 아니지만, 5년 안에 AI 컴퓨팅 기술의 발전이 이를 실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텐스토렌트는 지난달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생산)에 AI 칩 ‘퀘이사’의 생산을 맡긴 바 있다. 켈러 CEO는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한 삼성 파운드리의 노력은 AI 분야 혁신을 추진하는 우리의 비전과도 일치한다”며 “삼성은 AI 칩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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