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살던 사람도 떠나는데…'세계문화유산' 등재?

권민재 기자 2023. 11. 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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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에 가면 일제강점기 때 있었던 공동묘지 위에 만들어지거나 외양간을 집처럼 고쳐 쓰는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부산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사람이 살아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하는데, 정작 마을엔 가스도 수도도, 화장실도 없어서 살던 사람마저 떠난다고 합니다.

밀착 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옛집을 그대로 복원해 둔 공간입니다. 신발을 올려두는 댓돌이 있는데요.

이 돌도 자세히 보면 묘지에서 쓰던 비석입니다.

바깥쪽으로 나와보면 이 우편물을 돌 위에 올려놨는데 이 돌도 비석입니다.

여전히 이 비석을 댓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담장도 비석으로 쌓았습니다.

[진순남/비석마을 주민 : 이것도 비석이고 이것도 비석…더 많았지. 땅 밑에 파면 더 많이 나와요.]

부산 비석마을 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든 공동묘지 위에 세워졌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터를 잡은 겁니다.

한때 3만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금도 400명이 있습니다.

세로 모양의 높은 지붕이 보입니다.

작은 창도 있습니다.

부산 소막마을 입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일제강점기에 쓰던 외양간을 고쳐 썼습니다.

[박연화/소막마을 주민 : 이북에서 와서…내가 평안북도 살았어.]

스무채 정도 있었습니다.

하나씩 새로 지었고 지금은 두 채만 남았습니다.

이 중 한 채에선 아직도 3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8년전부터 두 마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주민들이 살고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합니다.

집과 집 사이가 좁아서 골목엔 빛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금 시각이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는데요. 카메라 조명을 잠시 끄면, 늦은 저녁처럼 매우 어둡습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집 밖에 가스통을 놓고 씁니다.

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마을회관에는 공용샤워실을 쓰려는 주민들이 몰려듭니다.

[김순자/소막마을 주민 : 집에 화장실이 없어서…]

이렇다 보니 소막마을에서만 주택 350동 중 90동이 비었습니다.

지자체는 지원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부산 남구청 : 피란민들이 와서 정착한 곳이니까 대부분 무허가죠. 예산 투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형평성 문제도 있고…]

전문가들은 계속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시설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떠나겠다는 사람들에게도 임대주택 등을 지원해주고, 빈 곳은 지자체가 사들여 보존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마을이 가치 있는 건 70년 전 절박했던 피란민들의 삶과 폐허를 딛고 살아온 오늘날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의 흔적과 이곳의 사람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작가 강은혜 / 취재지원 황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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