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유럽 젊은이들의 ‘기후퇴사’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자신에게 개인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국 성인의 비율이 1년(2021~2022년) 사이에 13%포인트(62%→75%) 증가할 정도로 경각심을 가진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 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후퇴사’(Climate quitting)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후퇴사란 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여 퇴사를 택하거나,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고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유니레버의 최고경영자였던 폴 폴만(Paul Polman)이 조사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직원의 절반이 환경 문제 관련 가치관의 충돌로 이미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으며, 또한 18~41세 중 48%는 지속 가능성 가치에 부합하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급여를 삭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기관 슈퍼크리티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2000명 중 62%가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회사로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를 인용한 BBC는 현 젊은 세대는 기후 문제를 비롯한 지속 가능성 문제에 힘을 쏟는 기업을 구직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업의 환경 영역 방침이 개인의 가치관과 상충되면 그 기업에 입사하지 않거나 퇴직을 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위기 그리고 그로 인한 기후퇴사가 등장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은 석유 및 가스 기업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리며 인재 유출을 경험하고 있으며, 새로운 인재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의 석유 및 가스 기업을 떠난 기후퇴사자들에 대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다수는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탐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021 보고서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들이 오랜 기간 습득한 기술이 기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이들이 꼽은 기후퇴사의 원인으로는 청정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기업들의 위선과 목표 의식 부재 등이 있었다. 기업 내에서 지속 가능성 관리자 또는 기후 관련 업무를 맡으며 내부에서 변화를 시도한 이들도 있었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결국 퇴사의 길을 택했다.
유럽 내 노동시장에선 기후퇴사와 구직 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태도에 대한 고려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지만 최근 몇몇 유럽국가들과 영국에선 기후 대응 및 친환경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해 2045년까지 달성하겠다던 스웨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과 친환경 정책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으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영국 역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5년 미루기로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세대가 될 유럽의 젊은이들은 기후퇴사 등의 행동으로 기업과 국가에 책임을 묻고 있으나 이에 발맞춰 기후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유럽국가들의 최근 행보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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