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文정부 産銀 M&A딜 정조준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11. 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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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DSME 매각 과정
부당한 특혜 여부 전격 감사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딜을 감찰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산은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때 중흥건설에 특별한 이유 없이 매각금액 2000억원을 깎아준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 산은이 보유했던 기업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닌지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 하반기 주요 감사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때 주요 감사 분야에 '정책자금 운영실태(부실 여신 중심)'가 포함돼 있었다. 이 계획에 맞춰 지난달부터 산은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산은 측은 감사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은 대우건설 매각이다. 2021년 당시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이 2조3000억원을 써내고, DS컨소시엄이 1조8000억원을 써내면서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중흥건설은 2위와의 가격차에 불만을 표시하며 인수 포기 카드를 내밀면서 압박했고, 이에 산은은 중흥건설이 써낸 가격보다 2000억원이 낮은 2조1000억원으로 인수금액을 낮춰줬다.

인수 희망자가 없었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중흥건설에 굳이 2000억원을 깎아준 것은 부당한 특혜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한 중흥건설…産銀, 2천억 깎아줘 '특혜' 의혹

감사원 '文정부 산은' 정조준

국적항공사 합병 영향도 관심

이동걸 前회장 책임론 가능성

또 하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이다. 2019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할 때 공개 경쟁 입찰 대신 인수·합병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로 갈음하는 '스토킹호스(사전 예비 인수자)'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이 두 회사 간 합병이 세계 1위와 2위 조선사의 합병이었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 등의 반발이 불 보듯 뻔했는데도 이를 밀어붙인 부분에 대해 감사원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회사 합병은 EU의 합병 불허 결정으로 무산됐고, 대우조선해양 인력이 현대중공업으로 대거 이탈하며 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강석훈 산은 회장이 취임한 이후 한화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던 인수·합병 딜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꽤 있다"면서 "경쟁자가 있음에도 특정 건설사에 인수금액을 깎아준다거나, 세계 1위 기업과 2위 기업을 무리하게 합병하려 한 시도 등은 산은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하며 당시 정권 실세들이 엮여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 매각 추진에 대해 "산업은행이 실행한 의사결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매일경제에 밝힌 바 있다.

이번 감사가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합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강 회장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은 두 회사 결합의 경제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인수·합병 시도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결합의 구조는 비슷하다. EU의 합병 허가 혹은 불허가 인수·합병의 주요한 갈림길이라는 점, 1위 기업이 2위 기업을 인수하려는 점 등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문제는 전 정권에서 넘어온 딜이긴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인 데다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돼 재조정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재 감사원의 감사가 아시아나항공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동걸 전 산은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박인혜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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