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악취 주범' 은행나무… 왜 계속 가로수로 심나 했더니

최재혁 기자 2023. 11. 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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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거리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한다.

범인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나무 종자다.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종자를 쓸거나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고도 도심에서 은행냄새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은행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에서 나오는 만큼 수컷 은행나무만 골라 가로수로 심으면 냄새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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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악취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는 서울시 시내에 심어진 가로수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광주 북구 공원녹지과 도시녹화팀 직원들이 우산동 일대 도로변 가로수에서 낙과로 인한 악취와 보행불편 해소를 위해 은행나무 열매를 제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광주 북구 제공)
매년 이맘때쯤 거리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한다. 범인은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나무 종자다. 거리를 뒤덮은 은행냄새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 진다. 걷다가 무심코 밟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대참사다. 지뢰처럼 흩어져 있는 열매를 매번 피해가려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은행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나온다. 겉껍질 속 점액에 있는 비오볼과 은행산이 냄새의 직접적인 근원이다. 이는 곤충으로부터 속살을 보호하는 물질로 종자 껍질이 찢어지면 점액이 새어 나와 강한 악취를 발산한다.

악취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시청 직원들이 나서서 빗자루로 쓸어봐도, 나무에 가림막을 설치해봐도 역부족이다. 어느새 시민들에게 은행나무는 거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은행나무는 2020년 기준 서울시내에 심어진 가로수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계는 단순히 경관상의 이유 외에도 은행나무는 가로수로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은행나무는 자동자 배기가스와 같은 매연과 분진 등 공해에 강하다.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등 유해 물질을 빨아들이는 공기 정화력이 탁월하다.

화재와 병충해에 강하다는 장점도 있다. 은행나무 껍질이 두껍기 때문인데, 불이 나도 잘 옮겨붙지 않아 방화 식재로 많이 쓰인다. 또한 나무 자체에 플라보노이드라는 살균·살충 성분이 있어 기생하는 벌레나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 종자를 쓸거나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고도 도심에서 은행냄새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은행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에서 나오는 만큼 수컷 은행나무만 골라 가로수로 심으면 냄새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청은 내년 상반기까지 200그루의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혁 기자 choijaehye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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