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오염수보다 독한 핵폐수가 하루 30톤씩 바다로 샌다니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계획적으로 해양에 방류하는 오염수보다 훨씬 독한 핵폐수가 하루 30t씩 후쿠시마 앞바다로 새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 핵폐수에는 오염수보다 1000배 많은 세슘, 수십 배 많은 베타선 방출 핵종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원자로 건물 주변 지하수 농도, 육지·바다 쪽 차수벽을 통과한 지하수 양, 후쿠시마 앞바다 핵종 측정 농도 등 모두 도쿄전력 발표 자료에 근거해 추론한 내용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언론이 이 문제에 침묵해온 것이 놀라울 뿐이다.
이 사실은 마쓰쿠보 하지메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사무국장이 지난 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밝힌 것이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은 일본의 핵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1938~2000)가 설립한 핵연구활동단체로 엄밀한 자료 분석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마쓰쿠보는 내년부터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이 가동되면 도쿄전력 원전에서 나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방사성 핵종이 방출될 거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가 밝힌 사실은 도쿄전력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이 문제의 극히 일부였음을 의미한다. 계획적 오염수 방류 자체도 안전성에 의문이 있지만, 사람들의 시야에서 가려져 있던 더 심각한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오염수 처리 능력으로 논의 범위를 좁힌 도쿄전력의 틀 설정, 그런 의도에 충실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한계 때문이다. 지난 8월 오염수 방류 개시 후 일본 정부는 폐로 계획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핵폐수를 발생시키는 근원인 핵연료 잔해 제거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폐로는 도쿄전력이 목표 시점으로 밝힌 30년이 아니라 100년이 가도 쉽지 않은 과제다.
국제사회는 핵산업 유지라는 이해관계로 뭉친 도쿄전력·일본 정부·IAEA가 좁혀놓은 그림보다 시야를 넓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계획적으로 방류되는 오염수만 지켜볼 게 아니라 바다로 새어나가는 핵폐수도 문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원전 건물 내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막기 위해 원전 부지 자체를 깊은 지하에서부터 콘크리트로 둘러싸는 해법을 요구해야 한다.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 가동도 반대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 말처럼 “원치 않는 추가적인 방사선 피폭을 강요하는 인권 침해”를 현세대는 물론 몇 세대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주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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