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5대 금융지주 내주 한자리에… ‘선물 보따리’ 풀릴까 [‘이자장사’ 질타받는 은행들]

이병훈 2023. 11. 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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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BNK 등 지역 금융그룹들도 참석
업계 목소리 듣는 간담회 형식이지만
고금리 속 과도한 이자수익 비판 거세
‘상생금융’ 중요 주제로 다룰 가능성 커
은행권 ‘추가 지원안’ 발표할 여력 없어
당국이 구체안 제시 ‘톱다운’ 방식 전망

정치권이 앞다퉈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다음주 금융당국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회장 간 간담회에서 어떤 ‘선물 보따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은 당국이 주도하는 방식의 ‘톱다운 상생안’이 나올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올해 초 금융권이 대규모의 상생안을 내놓은 데다 최근에도 선제적으로 금융 지원안을 내놓고 있어 상생안을 더 ‘짜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준비 중이다. 이 자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 회장과 BNK·DGB·JB 등 지역 금융그룹이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현안 논의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6개 금융업권협회 회장단 및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최근 금융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금융을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국가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당초 이 간담회는 업권별로 목소리를 듣는 차원에서 계획됐던 일정이지만, 은행권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금융지주의 상생금융이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은행권의 상생 패키지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서울금융복지센터 청년동행센터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간담회와 관련해 “의제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지주회사가 앞으로 사회공헌을 강화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느냐, 그런 식으로 폭넓게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재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대상이나 재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구체적인 상생안을 제시하는 ‘톱다운’ 방식의 금융지원 패키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은행권이 간담회 일정에 맞춘 자발적인 ‘추가 상생안’을 준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미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발언 이후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은행권을 향한 비판이 다시 제기되자, 각 금융지주는 앞다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상생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금융복지센터 청년동행센터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간담회에서는 당국 주도의 지원안이 각 금융지주에 통보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청구서’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올해 나올 만한 (지원) 내용은 사실 다 나왔는데, (간담회에서는) 거기에 숫자를 조금 더 붙이는 형식이 되지, 새로운 것(지원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은행권의 실효성 있는 지원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들어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상생금융의 집행이 대부분 시중금리 하락과 연계된 단순 금리인하 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생금융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취약계층 지원보다는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는 고신용자 지원에 대부분 쓰였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은행권 상생금융 실적 63조9000억원 중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햇살론, 소상공인, 중소기업, 청년 등의 지원 금액은 약 10조6000억원으로 16.5% 수준이었다. 단순 금리인하로 분류되는 실적은 약 52조8000억원으로 나머지를 차지했다. 상생금융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환대출 실적도 미미해 가계 526억원, 중소기업 소상공인 2656억원 등 3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은 은행에 상생금융 실적만을 강요하지 말고, 은행의 지원이 실제 소상공인 등의 서민지원과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와 정치권은 이날도 은행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이자수익을 중심으로 금융권, 특히 은행이 굉장히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됐다”며 “소위 말해 이용하는 중산·서민층, 민생은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에 대해 은행을 향한 시선이 굉장히 곱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금융권이 엄중히 인식해야 하고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그런 상황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8조5000억원과 400% 성과급을 언급하며 “이러니 국민께서 은행 이자 장사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병훈·이도형·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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