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사표 내주세요”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은 종이빨대 회사

2023. 11. 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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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빨대를 만드는 A업체의 대표 B씨는 7일 자로 11명뿐인 직원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B씨는"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기정사실이었던 지난해만 해도 열흘이면 다 풀릴 양"이라며 "당시에는 종이 빨대가 부족해서 공장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종이 빨대를 생산하는 C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C업체 대표 D씨는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창고에 쌓인 종이 빨대 1500만 개는 쓰레기가 됐다"며 "내일부터 당장 이자 낼 돈도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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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빨대가 가득 든 상자가 창고에 쌓여있다. [A업체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떨리는 가슴 부여잡고 정부 발표만 기다렸는데…이제 틀렸습니다. 저희 직원 전부 다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종이 빨대를 만드는 A업체의 대표 B씨는 7일 자로 11명뿐인 직원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추석 연휴 이후로 발주가 뚝 끊기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도 스무 날을 넘겼다. 이미 사 간 종이 빨대를 환불할 수 없느냐는 문의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B씨는 “직원들도 생산을 하지 않으니 불안해 한다”며 “그렇지만 돈을 들여가며 쓰레기를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환경부가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 철회를 발표한 7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놓여있다. [뉴시스]

A업체를 존망의 기로에 세운 건 다름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다.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되면서 대체품으로 종이 빨대가 각광 받았다.

그러나 이날 환경부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에 대한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하면서 종이 빨대 등 대체품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A업체가 현재 보유한 종이 빨대 재고는 3000만 개 가량이다. 연간 1억~2억 개씩 주문하는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 맞춰 일 120만 개 수준으로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B씨는“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기정사실이었던 지난해만 해도 열흘이면 다 풀릴 양”이라며 “당시에는 종이 빨대가 부족해서 공장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종이 빨대를 생산하는 C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C업체 대표 D씨는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창고에 쌓인 종이 빨대 1500만 개는 쓰레기가 됐다”며 “내일부터 당장 이자 낼 돈도 없다”고 토로했다.

가동을 멈춘 종이 빨대 공장 [업체 제공]

지난 1년 간 종이 빨대의 위상은 급변했다. 플라스틱 빨대는 일회용품 규제 품목 중 하나로 지난 2021년 11월 24일부터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됐으나, 계도 대상으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계도 연장이 1년으로 제한되자 카페 및 음식점들은 플라스틱 빨대 퇴출 흐름을 받아들이고 대체품 찾기에 나섰다.

당시 환경부에서 플라스틱 대신 매장 내 사용을 허용한 빨대는 쌀·유리·종이·갈대·대나무·스테인레스 등이었다. 쌀·종이·갈대·대나무는 ‘친환경’ 소재, 유리·스테인레스는 ‘다회용’ 소재로 분류됐다. 이 중 가격이나 위생, 장기간 보관 등에 적합한 종이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종이 빨대 사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와 식품접객업주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쉽게 눅눅해져 음료를 빨아들이기 어렵고 종이 맛이 난다는 이유다. 플라스틱으로 코팅하거나 인체에 유해한 접착제를 사용하는 종이 빨대의 경우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연구들도 제시됐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식품접객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했다. 환경부는 “대체품 가격이 2~4배 비싸 음료 가격이 인상될 수 있으며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의 산업 육성을 통한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11월 시행된 일회용품의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이번 환경부 발표로 대체품 업계에서는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사실상 허용돼 가격을 합리화하고 품질을 개선할 동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D씨는 “종이 빨대는 개당 13~16원으로 플라스틱 빨대 가격(9~10원)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B씨도 “계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직원들을 다시 부르고 싶었는데 기한이 없다”며 “그동안 쌓아올린 기술력이 모두 사장될 지경”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원하는 대체품은 다회용 빨대뿐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빨대만 사용하던 상황에서 모든 빨대를 금지할 수 없었을 뿐, 종이 빨대 사용을 권장하는 건 아니다”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다회용 빨대의) 중간 단계로 또다른 일회용 빨대 제조 업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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