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양재동 ‘전체 금연’ 연기처럼 흐지부지

이솔 2023. 11. 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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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연 구역은 익숙하지만, 동 전체를 금연 지역으로 정하는 '금연 동'은 아직 생소하죠. 

3년 전 서울 서초구에선 양재동 전체를 금연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이솔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 

[기자]
3년 전, 서울 양재동 도롯가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 

양재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가봤습니다.

양재동 식당과 상가가 밀집한 골목에, 몇몇 사람이 모여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웁니다. 

바닥엔 꽁초가 수북합니다

양재동 전체가 금연이란 말이 무색한 상황.

[서울 서초구청 관계자]
"저희가 1년 반 정도 시범 운영을 했으나 효과성이 좀 떨어진다고 판단해서 22년도 6월에 대로변 중심으로 금연 구역 조정을 했어요."

처음 시행된 2020년에는 사유지를 제외한 양재동 전체가 금연 구역이었지만 1년 반 만에 대폭 축소돼 일부 큰 도로만 남기고 금연 구역을 다 풀었습니다.

주민은 주민대로 흡연자는 흡연자대로 민원이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먹구구로 지정한 흡연구역입니다. 

금연 거리 안에 있는 흡연 구역입니다.

보도 한켠에 재떨이가 있고 선만 달랑 그어져 있습니다. 

담배 연기를 막는 아무런 차단 시설도 없어 시민들은 그대로 간접흡연에 노출됩니다.

[인근 가게 상인]
"신호등이 여기 있잖아요. 신호등을 딱 건너면 바로 흡연 구역을 만나는 거예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어요."

[인근 주민]
"명확한 구분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 이거 금연거리. 그런데 흡연지역. 좀 부자연스럽죠."

당시 서초구가 흡연자들을 위해 마련한 흡연 공간은 37곳. 

하지만 부스 형태로 만들어진 건 11곳뿐이고, 나머지는 사방이 뚫린 야외이다 보니 흡연 밀집 효과로 오히려 극심한 주민 반발만 불러왔습니다.

[인근 상가 관리인]
"싫어하죠. 냄새나니까. 맨날 자꾸들 손님들도 문 닫으라고 그러고 그래요."

[인근 카페 사장]
"그냥 허공에서 피우니까 (연기가) 다 집으로 가잖아요. 냄새가 이리로 저리로 올라가니까 동네 사람들이 신고를 한대요."

흡연구역 지정이 무의미한 곳도 있습니다.

차 한 대 겨우 다닐 이면도로에도 이렇게 흡연구역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좁다 보니 차가 지나가면 흡연자와 보행자가 뒤엉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내쫓기는 신세가 된 흡연자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A씨 / 흡연자]
"흡연할 데가 없어요. 보세요. 어디 있나. 여기 없앴죠. 저쪽 없앴죠. 다 없앴거든요. 다 금연구역이면 흡연자들이 갈 데는 만들어주고 해야 되지 않나요?"

그렇다고 단속이 강화된 것도 아닙니다. 

금연구역 지정만 하고 단속 인원은 1명도 늘리지 않은 겁니다.

[서초구청 금연 단속원]
"저희 단속 직원이 14명이 있습니다.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데 위주로 가서 하기 때문에 어렵기는 하지만… 저희가 좀 많이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장밋빛 청사진만 갖고 야심차게 동 전체 금연을 선포했지만 결과는 백기 투항입니다.

단속인력과 흡연 공간 확충 같은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지적입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AD : 김승규
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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