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금융권서 로펌으로 `제2 도전`… "균형적 자산관리 길라잡이 역할하죠"

김경렬 2023. 11. 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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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
은행 '신탁상품 개발 1세대'로 명성… 로펌으로 옮겨 금융업계 가교역할 자처
해외선 패밀리오피스 별도법인이 담당… "자산관리 분야 발전 무궁무진할것"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 <법무법인 가온 제공>

하나은행에서 리빙트러스트센터를 설립, 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산관리 신탁상품을 선보인 후 법무법인에서 새 둥지를 튼 인물이 있다.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의 배정식 본부장(56·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배 본부장은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안전한 재산관리, 고령층의 노후관리, 상속설계 프로그램 등 금융 자산운용과 관리를 결합한 플랫폼 구축에 힘썼다. 2010년에는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고, 이후 고객의 승계플랜을 위한 '기업승계신탁'을 선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배 본부장은 지난해 법무법인 가온에서 제2의 도전을 시작했다. 더 많은 정보와 자문 인력을 갖춘 로펌에서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포부였다.

배 본부장은 "금융권이든 로펌이든 제공하는 자문컨설팅 기능 자체는 다르지 않겠지만 금융권은 아무래도 거래 유지, 신규 고객 유치 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과 연계된 평가로 부담이 컸다"며 "자문 조직의 기능 자체만으로 평가를 받기 보다 수익에 어떠한 기여를 했느냐는 기준으로 영업 확대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따져야했던 게 한계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로펌과 금융업계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로펌은 금융 라이선스가 없어 실제 금융상품 업무까지 수행할 수 없고, 은행은 상속분쟁과 소송 등 축적된 정보와 노하우에서 면에서 상대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배 본부장은 조세 전문가를 갖춘 가온을 택했다. 가온에는 조세분야 대가로 꼽히는 소순무 변호사(한국후견협회 회장)가 고문으로 자리해 있고, 조세 소송 업력이 오래된 강남규 대표변호사 등이 포진해 있다. 배 본부장을 필두로 가온은 지난해 패밀리오피스센터를 꾸렸다. 소 변호사가 가온 패밀리오피스의 후견 솔루션을 지원하고, 배 본부장이 전체 업무를 조율한다. 패밀리오피스센터 주요 인력으로는 이승준 변호사(한국세법학회 이사), 안지영 변호사, 김세현 회계사, 이한나 변호사, 조병호 변호사 겸 회계사 등이 있다.

올해 가온은 신탁을 기초로 금융기관에 대한 자문·컨설팅 등 자산관리 플랫폼을 강화했다. 세브란스 병원과 협약을 맺고 금융기관과 상조·장지가 결합된 통합 기부체계를 구축했다. 세브란스 병원에 기부한 고객에게 사전증여 플랜을 설계하고 계획에 따라 기부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앞서 금융위원회에서 신탁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멤버로 활약한 배 본부장은 가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배 본부장은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관련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금융조세포럼에서 신탁과 조세이슈에 대한 토론에도 패널로 나섰다. 국회에서 성인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민간주도 맞춤형 지원주택의 개발 필요성에 대한 주제발표도 했다.

배 본부장은 자산관리 분야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은퇴자가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선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눔의 자산관리가 중요하다"며 "가온 패밀리오피스에서는 신탁 등의 구조설계와 사전적 증여를 결합한 플랜을 제시해 절세는 물론 증여 이후 안전한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자문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업 매각 후 투자법인의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해 절세 구조를 신탁방식으로 구성해 관리·운용함으로써 절감된 세금이 더욱 많은 사회 기부로 이어지도록 자문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산관리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고민을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법률적 지식과 경험을 통해 선택가능한 여러 솔루션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들이 갖는 세제적 장단점을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최선책 또는 차선책을 찾아가는 길라잡이 역할이 바로 자산관리의 방향"이라며 "자산관리는 유동성과 비유동성 자산의 적절한 균형감을 갖춰야한다고 했다.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을 염두한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승계의 경우 자산관리는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탁을 활용하면 노후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다가 자녀나 손주에게 상속·증여하거나 기부를 실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배 본부장은 "영미와 호주 싱가포르 등에선 의사결정과 자산운용의 역할을 패밀리오피스라는 별도의 법인이 담당하고 있다"며 "우리도 원할한 기업 승계를 위해서는 다툼없이 주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배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 신탁도 그러한 관점에서 주식신탁을 통해 의결체계와 배당체계의 정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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