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다'며 종이컵 제한 없앴던 그때, 사용량은 4배 폭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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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일회용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제한된 상황이라 아무런 규제가 없는 종이컵을 선택할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나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노력했던 매장에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종이컵 외에도 배달용기 등 해결해야 할 일회용품이 산더미인데 정부 스스로가 환경정책을 지속할 무기를 놓아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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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컵 대신 종이컵 쓰는 풍선효과 우려
빨대·비닐봉투 제한은 계도기간 무기 연기
환경부가 일회용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금지 정책을 철회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 제한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가 ‘일회용품 감량’을 환경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주무부처가 그 핵심 정책을 폐기하는 셈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이어졌던 일회용품 감축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15년 전 종이컵 사용 금지 정책을 풀었을 때처럼 종이컵 사용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회용품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11월 24일 규제를 도입하려다가 1년 계도기간을 뒀음에도 현장의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 차관은 “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면 소상공인 등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다시 제외될 예정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음식점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다가 2008년 소비자 불편을 명목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그러다가 2019년 규제 재도입을 결정하고 2년 뒤부터 시행해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음식점과 카페에서 종이컵 사용이 허용될 경우 폐기물 급증은 불가피하다.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해제된 2008년 이래 5년간 종이컵 사용량이 4배가량 폭증한 전례가 있다. 녹색연합은 “2019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종이컵이 연간 248억 개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다시 규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풍선 효과도 우려된다.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제한된 상황이라 아무런 규제가 없는 종이컵을 선택할 유인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소비자에게도 다회용컵 대신 종이컵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음료용 종이컵은 양면이 플라스틱으로 코팅돼 있어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비용 지원 및 혜택을 통해 다회용컵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대책을 내세웠으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나 인센티브 항목은 제시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 유예를 두고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영국, 호주 등이 이미 사용을 금지한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계도기간 종료시점에 대해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나 일자를 밝히지 않아 ‘사실상 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 제과점 등 소규모 매장에서의 비닐봉지 사용 금지 규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장바구니나 생분해봉투,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이 안착되고 있다는 이유로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는데, 이는 더 큰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대형마트 일회용 비닐 사용 금지 이후 마트는 물론 제과점 등을 포함해 비닐 사용량이 2017년 3,810톤에서 지난해 660톤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나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노력했던 매장에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종이컵 외에도 배달용기 등 해결해야 할 일회용품이 산더미인데 정부 스스로가 환경정책을 지속할 무기를 놓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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