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제조장비 파고드는 일본…중국도 ‘규제’ 피해 개발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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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반도체 확보 경쟁이 전세계 나라별 산업 정책의 핵심이 되면서,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인 차세대 '노광 장비'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극자외선 특허 기술을 피한 새로운 방식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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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반도체 확보 경쟁이 전세계 나라별 산업 정책의 핵심이 되면서,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수인 차세대 ‘노광 장비’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극자외선 특허 기술을 피한 새로운 방식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만드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기술의 상업화 여부가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반도체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캐논은 지난달 중순께 극자외선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5나노미터(㎚) 이하의 첨단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 노광 장비’(FPA-1200NZ2C)를 출시했다. 이 기술은 에이에스엠엘의 극자외선 노광 특허를 피한 것으로, 전력 소비도 극자외선 같은 특수 광원이 필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노광은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웨이퍼에 회로도를 인쇄하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 생산의 경쟁력은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얼마나 정밀하게 그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 정밀한 작업이 가능한 노광장비를 확보하는 게 반도체 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에이에스엠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7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핵심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데, 한대당 가격은 2억 달러(약 2600억원)로 추산된다. 연간 생산량도 60대 안팎에 불과하다.
캐논은 이 극자외선 노광장비 생산까지 가지 못했지만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극자외선 노광장비 가격보다 한 자릿수가 낮을 것(10분의 1 수준)”이라며 “우리 기술이 극자외선 기술을 추월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장의 새로운 기회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입자가속기를 활용한 반도체 생산 장비 개발을 추진중이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를 보면, 칭화대 연구진이 입자가속기를 활용해 광원을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면서, 중국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반도체 노광 장비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실용화되면 중국이 2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미국이 극자외선 노광장비 등의 중국 반입을 막았지만, ‘우회로’를 찾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 역시 활발한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처 확대에 대해,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지만 4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내는 등 장비 자급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비싼 극자외선 장비 도입이 어려운 작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를 중심으로 (캐논 장비의) 중장기적인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에이에스엠엘 장비 수입 길이 막힌 중국에서 미국 규제를 우회하는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8월 중국 파운드리 장비 낙찰에서 자국산 비중이 47%까지 올라와, 2021년의 20%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장비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제조 경험도 축적돼 7나노 이하 장벽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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