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호반건설·팀워크 “건설 현장에서 디지털 도면을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사회에 만연해 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나 솔루션을 제안하고, 기존 제품에 없던 새로운 기능을 더한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다만, 그래서 불안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시중에서 안정적으로 이용하고 있던 기존 서비스, 제품 등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없던 제품과 서비스’이기에 ‘있던 제품과 서비스’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검증 절차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기 이전에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시장성 테스트’, 정식 버전 앱 출시 이전에 미리 출시하는 ‘베타 테스트’, 기존 시장에 없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미리 검증하는 과정인 ‘PoC(Proof of concep)’ 등이 대표적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완성한 스타트업이 치열한 전쟁터인 시장에 발을 내딛기 위한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검증 절차에서 스타트업은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의 협업을 원한다.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판매, 영업 인프라와 네트워크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을 원하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주 고객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 PoC 기회 1번을 얻기 위해 수없이 몇 번이고 문을 두드린다. 다시 못 얻을 기회처럼 말이다.
서울시의 중소기업ㆍ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밋업(Meet Up)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하는 대기업과 대기업과의 협업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연결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2022년 10월, 서울창업허브는 호반건설과 함께 ‘호반혁신기술공모전’을 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팀워크와 호반건설은 서로 협업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IT동아가 호반건설 오픈이노베이션팀 박강유 대리와 팀워크 정욱찬 대표, 서울창업허브의 최수진 책임과 김윤아 선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SBA 서울창업허브를 통해 만난 호반건설과 팀워크
IT동아: 호반건설과 팀워크가 협업하며 흥미로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기업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한데.
박강유 대리(이하 박 대리): 지난 2022년 10월 호반혁신기술공모전을 통해 팀워크를 만났다. 지난 2019년부터 호반건설은 자체적으로 스타트업과 협업하기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더 많은 스타트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서울창업허브와 같이 공모전을 열었다.
지난 2019년, 호반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중 최초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플랜에이치벤처스(Plan.H)를 설립했을 정도로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건설 산업에 신기술을 더한 ‘건설 산업 혁신’, 유비쿼터스 도시에 4차 산업 기술을 더한 ‘스마트 시티’, 도심 주거 문제에 소셜 벤처 아이디어를 더한 ‘공유 경제’, 기존 산업에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더한 ‘신사업 발굴’ 등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지향하고 있다.
IT동아: 팀워크는 2022년 공모전을 어떻게 알고 참여한 것인지.
정욱찬 대표(이하 정 대표): 건설 업계에서 스타트업과 협업하기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 그만큼 기회를 잡기가 정말 어렵다. 서울창업허브와 호반건설이 공모전을 함께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신청했다. 사실 우리 팀워크뿐만 스타트업에게 아니라 대기업과 함께할 수 있는 공모전(오픈 이노베이션)은 다시 없을 천금의 기회 아닌가.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기 전에도 농담 하나 없이 100번은 공모전에 참여했던 것 같다(웃음).
호반건설 현장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IT동아: 확실히… 건설 산업 스타트업은 많이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인 것인가.
정 대표: 다른 산업과 비교해 건설 산업은 보수적인 면이 있다. 사건사고 많은 현장 특성상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했다. 팀워크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백, 수천 장의 설계도면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할 수 있는 ‘팀뷰’ 서비스를 개발했다. 컴퓨터로 그린 설계도면을 보다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팀뷰는 도면을 '디지털 지도'로 바꿔 작업자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PC 등으로 전송한다. 종이 도면은 부피가 커서 늘 가지고 다니며 보기 불편한데, 팀뷰로 도면을 보면 사람이 지도를 주머니에서 꺼내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도면이기에 확대/축소도 자유롭다. 도면의 정보, 도면 안에 있는 각종 시설이나 설비 위치도 손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수많은 도면을 확인할 필요 없이, 도면 속 특정 정보나 어느 한 부분만 확인하는 것도 손쉽다.
IT동아: 예상컨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호반건설과 협업하며 건설 현장에서 팀워크의 팀뷰를 테스트했을 것 같다.
정 대표: 맞다. 호반건설의 건설 현장에서 PoC를 진행하며 팀뷰의 경쟁력을 확인, 호반건설의 CVC인 플랜에이치벤처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웃음). 도면을 자주 확인해야 하는 건설 현장에 5G 통신 환경을 구축한 뒤, 팀뷰를 통해 얼마나 현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디지털 설계도면 이외에도 건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다양하게 테스트하며 성과를 검증했다.
IT동아: 아… 맞다. 건설 현장은 기존에 아무 것도 없기에 통신 환경부터 구축해야 할텐데.
박 대리: 맞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는 기지국이 없다. 허허벌판에 조성하는 신도시의 경우 통신 음영 지역은 곳곳에 발생한다. 직진성이 강한 5G 특성상 건설하는 건물이나 장비 등에 막히면 통신이 끊기는 곳도 많다. 이에 지난 2023년 5월,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건설 현장 내 이음(e-Um) 5G 특화망을 실증하기도 했었다. 이음 5G 특화망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공용 5G 통신망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건물, 공장 등 특정 지역에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통신망을 뜻한다.
IT동아: 건설 현장에서 주로 어떤 것을 테스트했는지 궁금하다.
정 대표: 우리가 개발한 팀뷰가 건설 현장에서 원하는대로 실행하는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테스트했다. 통신 환경이 구축된 현장에서는 어떤 편의성을 더 제공할 수 있는지도 파악했다. 구글 문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메모할 수 있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건설 현장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중 어떤 기기를 더 선호하는지 등도 조사했다.
(태블릿PC가 더 편한 것 아닌가?)
단순히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의 태블릿PC가 도면을 도는데 더 편리하다고 예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건설 현장 직원들은 수시로 전화를 사용한다. 업무 전달 및 다른 업체와의 통화 등으로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기 어렵다. 하루에 150통 이상 전화는 현장 담당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보다 큰 크기의 태블릿PC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더 불편하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 한 손에는 무전기를 들고 지시하는 것만으로 손이 부족하다.
장비 내구성의 문제도 있다. 태블릿PC는 큰 만큼 보관하기도 어렵다. 배터리 충전도 신경써야 하고… 이처럼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건설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정보를 얻는데 집중했다.
호반건설은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합니다
IT동아: 호반건설이 직접 협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운데.
박 대리: 앞서 언급한 이음 5G 특화망 실증사업뿐만 아니라, 건설 산업에도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필요하다. 지난 2022년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V2I 솔루션 기업인 베스텔라랩의 스마트 주차네비게이션 ‘워치마일(Watchmile)’을 호반써밋 일부 신축 아파트에 시범 도입했고, 로위랩코리아와 VR모델하우스 등을 도입해 고객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호반그룹 차원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의 리솜리조트 3개 사업장과 호반골프계열 국내 골프장의 직영 레스토랑에 베어로보틱스코리아의 서빙 로봇을 도입했고, 아일랜드 리솜 리조트에는 디폰의 투과율 가변 스마트필름을 키즈룸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사내벤처 기업인 모빈의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을 리조트에 도입 해 택배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고, 다소 먼 곳에 위치한 리조트 숙박객을 위해 포장 음식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PoC로 진행했다. 포장 음식 배송 서비스의 경우 현장에서 더 확대할 수 없냐는 의견도 있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었다.
IT동아: 호반건설이 공모전을 자체 진행하다가 작년부터 SBA 서울창업허브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박 대리: 더 넓어진 스타트업 지원 풀이다. 호반건설이 진행하는 공모전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스타트업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IT 기술, 로봇, 서비스 등을 비롯해 신산업 분야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크를 SBA를 통해서 더욱 넓힐 수 있었다.
최수진 책임(이하 최 책임): SBA 서울창업허브가 호반건설과 같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며 얻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다. 대기업은 검증된 스타트업을 선정할 수 있다는 위안을, 스타트업은 혹여 우리의 기술이나 서비스, 제품을 대기업에 공개하며 생기는 불안감을 지울 수 있다. PoC 진행에 필요한 NDA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SBA 서울창업허브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도 있다.
정 대표: 공모전에 대한 신뢰도 상승 효과도 있다. SBA 서울창업허브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전문 창업보육기관 아닌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사업을 연계 지원받을 수 있고,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대기업과 진행하는 PoC도 SBA 서울창업허브를 통해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간혹 기업과 진행하는 PoC는 결과에 따라 흐지부지 넘어가는 일이 있는데, SBA 서울창업허브가 중간에서 챙주는 점이 감사했다.
IT동아: SBA 서울창업허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 대표: PoC 기간을 더 오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3개월, 6개월 등 정해진 일정에 맞춰 PoC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현장에 따라 더 오래 테스트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고, 서로에게 만족한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희망일 뿐, 지금도 상당히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모전 뿐만 아니라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던 팀워크가 누적 투자 유치 10억 원 규모를 달성하기까지, SBA 서울창업허브로부터 정말 많은 지원을 받았다. 앞으로도 우리 팀워크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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