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모음 배우는 초1 수학교과서의 긴 지시문... "한글 선행학습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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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쓰고 읽어 보세요.' '○안에 순서대로 수를 써넣으세요.'
국어 시간에 자음과 모음을 학습하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교과서 1단원 단원평가에는 이런 지시문들이 그림 위에 적혀 있다.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으로 한글을 다 떼고 온 70%의 아이들이 이 글을 읽을 때 옆에서 읽지 못하는 30%의 아이는 어떤 심정이겠나." 7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초등학생의 한글 수준에 맞게 수학 교과서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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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이 한글 선행학습"
'수를 쓰고 읽어 보세요.'
'○안에 순서대로 수를 써넣으세요.'
국어 시간에 자음과 모음을 학습하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교과서 1단원 단원평가에는 이런 지시문들이 그림 위에 적혀 있다. 입학 전 한글을 미리 떼지 못한 초등학생의 눈에는 숫자보다 어려울 수 있는 글귀다. "유치원에서 선행학습으로 한글을 다 떼고 온 70%의 아이들이 이 글을 읽을 때 옆에서 읽지 못하는 30%의 아이는 어떤 심정이겠나." 7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초등학생의 한글 수준에 맞게 수학 교과서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문정복 의원과 공동 주최한 '초등1·2학년 수학 국정교과서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내년에 사용될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최 센터장은 "글이 너무 많고, 저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어휘가 사용돼 한글 선행학습을 조장한다"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2학년 1학기 교과서 지시문에 '수직선'이라는 용어가 쓰였는데, 최 센터장은 "수직선은 중학교 교육과정에 나오는 용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상식적인 용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밖에 '예술' '언어' '사회과학' '행정복지센터' '건축 설계사' '회오리 모빌' 등을 저학년 수준에 맞지 않는 수학 교과서 속 어휘로 꼽았다.
지난 9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67.4%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쳤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학교에서 한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라는 응답률이 56.5%였다. 최 센터장은 "수학 교과서 속 한글 사용은 국어 교과의 한글교육과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 이 문제가 계속 지적됐지만 교사들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시됐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1학년 1학기 1, 2단원에서 최대한 글 사용을 줄이고 지시문 대신 삽화를 보다 상세하게 그려 미처 한글을 배우지 못한 학생도 수학적 사고를 익히게 하는 것 등을 거론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10월 전국 초등교사 3,9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1.4%가 '초1 수학 교육과정이 한글 기초교육과 맞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점을 제시하며 교육당국의 조치를 요청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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