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철이 기계와 함께 날아오른다? 담담한 시즌 준비,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올해 입단해 KIA 선발 로테이션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윤영철(19)은 빠르지 않은 공임에도 제구력과 커맨드, 그리고 그 나이라고 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 싸움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치열한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해 자리를 잡은 윤영철은 시즌 25경기에서 122⅔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물론 윤영철의 말대로 아주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졸 신인이라는 측면에서 이 정도 성적을 냈다는 것은 고무적이고 또 괄목할 만한 성과이기도 하다. KIA 구단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됐다는 건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다.
그런데 윤영철의 기록을 보면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 현장 코칭스태프는 윤영철의 제구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칭찬한다.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는 능력, 즉 커맨드가 좋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올해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140㎞대 초반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의 방망이를 요리조리 잘 비껴가며 8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제구의 척도가 되는 볼넷 개수는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다. 윤영철은 올해 9이닝당 볼넷 개수가 3.52개였다. 보통 3개 아래로 내려가야 좋은 수치로 평가받는데 볼넷 개수만 놓고 보면 그렇게 특이한 제구력은 아니었던 셈이다. 윤영철의 커맨드를 고려하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유가 있다. 윤영철은 공이 빠르지 않다. 정면 승부를 하면 아무래도 맞아 나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활용하고, 변화구를 다양한 코스에 던지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인한다. 일부러 존에 걸쳐 던지는 공이 많았다. 실제 윤영철의 투구 분석을 보면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이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보더라인 투구에 대한 심판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누구는 잡아주고, 누구는 잡아주지 않았다.
방송사 스트라이크존이나 이보다 더 정확한 트랙맨 존을 봐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팀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훈련 위주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는 윤영철은 “나는 구속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라인으로 던지는 투수인데 일단 심판 유형에 따라 다른 것 같았다”면서 “1회나 경기 초반에는 심판이 어떤 공을 잡아주고 어떤 공을 안 잡아주는지를 한 번씩 확인하다보니 그런 경우에서 볼이 많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투구 수도 많아지고 볼넷도 많아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구위가 좋으면 풀카운트에서 한가운데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보더라인 투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만큼 볼이 많아지고 볼넷 개수가 많아진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2024년부터 도입될 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이 윤영철에는 득이 될 것이라 본다. ABS 시스템은 일관된 존으로 판정을 한다. 보더라인 위주 투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단 공이 조금이라도 걸치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2군에서 ABS 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있는 정재훈 KIA 투수코치는 “낮아 보이는데 존에 들어왔다는 판정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전에는 높은 쪽 코스를 잘 잡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ABS는) 손이 많이 올라오더라. 투수 같은 경우에는 그것을 조금 더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보통 투수는 ‘낮게 낮게’가 기본인데,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높은 쪽 슬라이더를 의식적으로 던지기도 하는 등 존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윤영철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윤영철은 ABS 시스템을 한 번 경험해 봤다. 다만 기대보다는 담담하게 바라보는 느낌이다. 윤영철은 “2군에서 던진 두 경기 중 하나가 ABS 적용 경기였다.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판정에 크게 시비가 있다거나 그런 것도 없어서 나는 그냥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투수의 명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윤영철은 제도보다는 자신의 투구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힘들었던 체력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피치클락에 대해서도 “시간을 체크해보기 위해 (시뮬레이션 게임에) 한두 번은 올라갈 것 같다”면서 “템포는 빠르게 던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안 될 정도로 체력을 많이 키워야 한다. 초반에는 티가 안 날 것 같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티가 많이 날 것 같다”면서 강한 체력 프로그램을 소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내년에 확 좋아지기보다는,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자신의 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게 윤영철의 구상이다.
정재훈 코치도 “쉽게 무너지는 그런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나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많이 도와줘야 한다”면서 “일단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서 뭐 하나 바라고 싶은 건 구위다. 이것은 비시즌 때 본인이 얼마나 잘 회복하고 어떻게 잘 준비하고 만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폼이나 레퍼토리를 바꿔 구위를 올리는 쪽으로 접근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윤영철의 담담하고 차분한 전진을 지지했다. 그 나이에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는 선수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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